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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편의품목까지 다 갖춰… 신차 만들듯 고생해 만들어”

입력 | 2026-01-29 00:30:00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연구진 인터뷰
“대형차 하이브리드 필요성 느껴 개발”
“설계부터 다시 해 출력 90마력 높여”
북미‘ 올해의 차’ 수상… “받을 상 받아”



현대자동차 손병천 MLV프로젝트3팀 책임연구원, 정진영 MLV프로젝트3팀 연구원, 두광일 MLV전동화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 유홍식 전동화구동설계팀 책임연구원(왼쪽부터)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력을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90마력 높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디 올 뉴 팰리세이드’에 처음 탑재됐다. 현대차그룹 제공


“‘받을 상을 받았다’는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최근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만난 유홍식 현대차 전동화구동설계팀 책임연구원과 손병천 MLV프로젝트3팀 책임연구원은 최근 팰리세이드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팰리세이드는 이달 14일 미국 디트로이트 헌팅턴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6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유틸리티부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경쟁 차종인 미국 루시드사의 전기차 ‘그래비티’와 일본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모두 2배 이상의 큰 점수 차이로 앞섰다.

현지에서는 전기차를 이기고 높은 평가를 받은 주된 이유로 이 차에 처음 적용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꼽았다. 실내 공간이 넓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어 연료소비효율과 출력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였다.

팰리세이드에 탑재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에서 만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한 새로운 시스템이다. 유 연구원은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 설계를 담당한 핵심 연구원이다. 손 연구원은 프로젝트 매니저로 개발 실무를 지휘했다.

무엇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유 연구원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핵심은 엔진과 연결된 모터의 위치다.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연결돼 필요할 때 엔진 시동을 걸어주는 모터가 엔진-구동모터-변속기 축과 별도로 분리돼 있었다. 구동모터는 차가 전기로 움직일 때 바퀴를 굴려주는 역할과 회생제동 발전을, 외부 모터는 엔진이 필요할 때 엔진 시동을 거는 역할만을 담당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외부 모터를 엔진 축에 직접 연결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엔진-시동모터-구동모터-변속기로 이어지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왜 이렇게 했는지를 묻자 유 연구원은 “대형차에도 하이브리드가 필요했고, 그러려면 기존 시스템보다 연비나 구동력 성능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팰리세이드는 큰 차이고 그만큼 무게도 더 나갑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넣으려면 기존 시스템으로는 출력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엔진 성능을 키웠고, 변속기도 그에 맞게 다시 설계했습니다. 또 시동모터를 축에 직접 연결하면서 차를 움직이는 데 힘을 보태줄 수 있게 만든 거죠.”

실제 팰리세이드보다 조금 작은 싼타페 하이브리드에는 1.6L 터보엔진에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최고 235마력을 낸다. 반면 팰리세이드는 2.5L 터보엔진에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돼 최고 출력이 325마력으로 높아졌다.

설명만 들으면 단순히 엔진 크기를 조금 키우고 모터 위치를 옮긴 것뿐인 듯하지만 유 연구원은 “모든 것을 세로 세팅해야 했다”고 개발 과정을 떠올렸다. 엔진 크기와 하이브리드 시스템 형태가 바뀐 만큼 엔진룸 내부 배관과 배선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다는 것이다. 변속기 시스템도 기존 것을 쓸 수 없어 새로 만들어야 했다. 손 연구원은 “사실상 신차를 만드는 난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팰리세이드는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차다. 그래서 이 두 시장 소비자의 성향에 맞게 성능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운전성 시험을 담당한 두광일 MLV전동화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체격 차이 때문에도 출력 조절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통상 자동차는 몸에 힘을 뺀 상태로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페달이 눌리는 지점에서 가장 편안하게 고속 정속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데, 한국인에 비해 미국인의 체구가 크다 보니 페달이 더 많이 눌렸다는 것이다. 개발팀은 이 출력을 이상적으로 조절하는 데도 진땀을 빼야 했다.

만들기는 어려웠어도, 미국과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진 것을 보면 뿌듯하다고 연구원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 시장에서 팰리세이드 신모델은 총 5만9000여 대가 팔렸고 이 중 64%가 하이브리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이후 넉 달 만에 1만 대 가까이 팔렸다. 유 연구원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는 전기차처럼 실내에서 배터리 전기를 뽑아 쓸 수 있는 V2L 기능을 갖추는 등 고객들이 전기차와 다름없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며 “전기차의 편리함과 하이브리드의 효율성을 다 갖추는 차를 계속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화성=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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