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매력으로, 남성은 위협으로 인식”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다비드’, 1501∼15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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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생식기가 큰’ 남성을 선호한다는 속설이 과학적으로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는 실험적 증거가 제시됐다. 또 하나 중요한 발견은 남성 역시 동성의 생식기 크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진화생물학자, 생명과학자, 심리과학자 등이 공동 연구해 내놓은 핵심 결과는 ‘남성의 생식기가 클수록 여성은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고, 남성은 더 위협적인 경쟁자로 인식했다’라는 것이다.
남성 생식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자 전달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식기는 비슷한 덩치의 유인원과 비교해 훨씬 더 크다. 연구진은 이 수수께끼를 푸는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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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비교적 일관됐다.
여성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며(V자형 몸통), 생식기가 큰 남성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했다.
남성은 생식기가 큰 남성일수록 더 강한 싸움 상대이자, 더 위협적인 성적 경쟁자로 인식했다.
같은 신체적 특징을 두고 여성은 ‘선택의 대상’으로, 남성은 ‘피해야 할 경쟁자’로 바라본 셈이다.
그런데 남녀 간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여성은 남성 생식기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더 커져도 매력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키도 마찬가지였다. 생식기와 키 모두 일종의 ‘최적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성은 크기가 커질수록 제한 없이 더 위협적인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남성 세계에선 생식기 크기가 여성에게 미치는 매력 효과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남성 사회 내부에서 여성을 향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성의 판단 기준보다 훨씬 과장된 인식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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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선 여성의 성적 선호가 더 강한 선택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생식기 크기가 싸움 능력의 신호로 작용하는 효과보다, 여성의 성적 매력 선호에 미치는 영향이 4~7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식기가 커진 데는 다른 남성을 겁주기 위한 기능보다, 여성을 유혹하는 ‘성적 장식’으로서의 효과가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평가 점수뿐 아니라, 사람들이 판단을 내리는 데 걸린 시간도 측정했다. 이는 심리적 인물 평가 실험에 해당한다.
연구에 사용된 컴퓨터 생성 남성 이미지 예시. ‘PLOS Biology’ 발췌.
결과는 명확했다. 남녀 모두 생식기가 작고, 키가 작으며 상체가 V자형이 아닌 남성을 훨씬 더 빠르게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런 빠른 반응은, 위의 세 가지 특징이 무의식적으로, 거의 즉각적으로 덜 매력적이거나 덜 위협적인 대상이라고 분류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 우리는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딱히 끌리지 않네”, “쟤는 경쟁 상대가 아니네”라는 판단을 내려버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남성 생식기가 본래 기능인 정자 전달에 필요한 수준을 넘을 만큼 크기가 커지는 쪽으로 진화한 배경으로 인간이 오랜 기간 옷을 입지 않고 직립 보행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생식기는 자연스럽게 구애 대상과 경쟁자 모두에게 노출되는 신체 부위였고, 그만큼 진화적 압력을 강하게 받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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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키, 생식기 크기, 체형을 다양하게 설정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얼굴 생김새나 성격과 같은 특징들도 타인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 실린 이번 연구는 호주 국립대학교,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멜버른대학교, 모나시대학교 연구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371/journal.pbio.3003595
(더 컨버세이션, BBC 사이언스 포커스 참조)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