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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관세판결 고려해 대미투자 미적…트럼프 분노 불렀다

입력 | 2026-01-27 22:15:00

[트럼프 “한국 관세 25%로 인상” 왜?]
韓 특별법 발의후 두달째 상정 안돼
정부내 “연방대법 판결 봐야” 기류도
트럼프, 투자 의지에 의구심 들자 ‘경고’
NYT “예산 배정 미룬다는 보도 결정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지난해 한미 관세 합의를 뒤집고 돌연 상호관세를 25%로 원복시키겠다는 고강도 압박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 재부과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미국이 한국의 신속한 대미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위협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외환시장 불안으로 대미 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할 것을 시사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투자 이행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대미투자 예산이 올 상반기 배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보도가 트럼프 대통령을 분노하게 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 韓 후속대응 따라 관세 인상 여부 최종 결정할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제정(enact)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자동차·목재·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 합의에 명시된, 한국산 제품 전부를 대상으로 한 관세 인하 합의를 뒤집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재부과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관세 재부과가 실제 효력을 가지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과 미국 관보 게재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최대 200억 달러(약 29조 원)의 대미 투자 이행을 약속 하는 등 한국 정부의 대응 수준을 지켜본 뒤 실제 관세 합의 백지화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강한 압박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트럼프식 협상법을 이번에도 꺼내 든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이유로 지목한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11월 26일 발의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여야 이견으로 처리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현재 여야에서 총 6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이 대규모 대미 투자는 입법이 아닌 비준 동의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법안들은 대미 투자를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등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엔 국회에 대미 투자 사업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관세를 재부과하는 것은 한미 합의를 벗어나는 조치다. 한국이 특별법을 발의하기만 하면 미국이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안의 통과 시점에 대해 한미가 약속한 건 없었다”고 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상무장관을 만나는 주말쯤 내용이 파악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대미 투자 후속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 관세 합의를 뒤집는 극단적인 대응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부과엔 한미 관세 합의의 ‘키맨’이었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부 내에선 고환율 상황과 임박한 미 연방대법원 관세 판결 등을 이유로 대미 투자 이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돼왔다. 정부 소식통은 “연방대법원 판결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 2말3초 법안 처리 예상… 野 반대로 진통 불가피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처리 지연을 관세 재부과 명분으로 삼은 만큼 2월 말∼3월 초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이날도 재차 비준을 요구하면서 이어질 법안 심사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350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예산 기능을 갖고 있는 국회의 비준 없이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입장문에서 “미국은 비준하지 않는데 우리만 비준해서 구속력 높은 조약으로 격상시키는 건 달리기 시합에서 우리 발을 스스로 묶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부과 압박이 최근 한미 간 현안으로 떠오른 반도체 관세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 받았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합의 번복을 시사한 만큼 반도체 분야의 기존 합의 준수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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