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결제거래(CFD)를 상징하는 그래프 앞에 선 투자자 이미지. 추천과 실제 매매의 괴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제미나이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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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매매로 수십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슈퍼개미’ 김정환 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일부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11일 확정했으며, 해당 판결 내용은 27일 전해졌다.
● 남들에게 종목 추천 후 자신은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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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그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등을 활용해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고위험 장외파생상품으로,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손익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
검찰이 산정한 매도 물량은 약 84만7000주, 금액으로는 187억 원 규모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챙긴 부당이득은 약 58억9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 추천 후 ‘분 단위’ 매도…거래 시점이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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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2021년 6월 21일 오전 9시 6분 유튜브 방송에서 A종목에 대해 “이런 보수적인 종목들은 크게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투자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30여 분 뒤인 오전 9시 39분부터 11시 16분 사이, 해당 종목 2만1000주(약 8억 원)를 곧바로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날인 6월 22일 오전 9시 10분, 그는 같은 종목에 대해 “4만 원, 5만 원까지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다시 추천했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 17분부터 오후 2시 56분까지, 6만8005주(약 27억 원)를 연이어 팔았다.
검찰은 이 같은 거래가 매수 또는 매도 보류를 권유하는 발언과 정반대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쟁점은 ‘침묵도 기만인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순했다.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것만이 불공정거래인가, 아니면 팔지 말라고 말하는 것 역시 같은 무게의 기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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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방송 발언은 시청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이를 일괄적으로 매수 추천이나 매도 보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급등하면 매도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언급하긴 했지만, 추천 당일이나 수일 내에 실제로 매도할 것이라고 일반 투자자들이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여러분의 행복이 저의 행복’이라는 발언만으로는 이해관계를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천과 반대로 이를 매도할 계획이 있다’는 취지가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 법원이 그은 ‘유튜브 투자 조언’의 경계선
이번 판결의 의미는 형량보다 기준선에 있다. 법원은 매수 추천뿐 아니라, 매도 보류 발언 역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문 투자자로서 명성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며, 이해관계를 숨긴 채 투자 의견을 제시하고 곧바로 매도한 행위는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들었다.
● 개인 투자자에게 남은 질문
유튜브와 SNS를 통해 투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시장에서, 이제 문제는 누가 추천했느냐가 아니라, 그 추천자가 무엇을 들고 있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김 씨 사건은 단순한 ‘슈퍼개미’의 몰락이 아니라, 신뢰를 자본처럼 사용하는 행위에 법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선을 그은 판결로 읽힌다. 그리고 그 선은, 지금은 팔 때가 아니다라는 말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데까지 와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