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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강경석]징역 23년 선고에 되짚어 본 한덕수의 이해 못 할 대선 행보

입력 | 2026-01-25 23:12:00

강경석 사회부 차장


윤석열 정권의 유일한 국무총리였던 한덕수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돌연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선 관리를 맡아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거판에 뛰어든 초유의 사태였다. 그의 출마로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아야 할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시도로 사퇴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을 맡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한 전 총리는 출마 선언 직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지만 “내란범은 물러가라”는 시민단체에 가로막혀 묘역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나도 호남 사람”이라는 공허한 외침만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그가 출마를 선언한 지 이틀 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총리는 “단일화 실패는 국민에 대한 큰 배신이고 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일화에 이르지 못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옹립하려 전례 없는 대선 후보 ‘날치기’ 강제 교체를 시도했다. 국민의힘 전 당원 조사에서 부결되면서 날치기 교체는 무산됐지만 당 안팎에선 “비상계엄과 다를 바 없는 후보 교체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처럼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했던 그의 대선 행보는 9일 만에 막을 내렸다.

21일 사법부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한 전 총리에 대해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하며 계엄 당시 그의 언행을 낱낱이 파헤쳤다. 국민이 아닌 권력자를 선택한 국정 2인자의 내란 혐의를 단죄한 것. 그러나 사법부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리가 계엄 이후 대선 출마를 결심했던 배경과 그를 옹립하려 했던 세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당 안팎에서 한 전 총리 추대론에 불을 붙인 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었다. 여기에 당 지도부도 미리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 전 장관의 대선 후보 자격을 토요일 새벽 2시 반경 취소했고, 한 전 총리는 약 1시간 뒤인 새벽 3시 20분경 국민의힘에 기습적으로 입당하며 후보 등록 신청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1시간 반 안에 제출해야 하는 신청서와 이력서, 병역증명서 등 32종에 달하는 서류도 함께 제출했다. 사전 교감이 없었다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치였다. 결국 이 같은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쿠데타를 막아선 건 당원이었다.

6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던 12·3 내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징역 23년형 선고를 시작으로 다음 달 19일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의힘의 민낯을 드러냈던 대선 후보 교체 쿠데타에 대해 진정성 있게 책임지겠다는 정치인은 아직 없다.

어쩌면 8개월 전 한 전 총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서겠다는 대선 출마 선언이 아니라 내란을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해 평생 봉사하겠다는 사과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의든 타의든 그를 대선판으로 떠밀었던 이들 역시 법적 처벌은 피할 수 있을지라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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