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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 범죄로 다친 외국인에게 치료비 지원

입력 | 2026-01-23 04:30:00

난민-불법 체류자-여행객 등
건보 수가로 치료받게 차액 지원




제주에 사는 베트남 여성 A 씨에게 지난해 7월 7일은 지옥과도 같은 하루였다. 50대 남편에게 감금당한 것도 모자라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A 씨는 4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건강보험 미가입자여서 병원비만 4000만 원이 넘게 나온 것이다. A 씨는 제주보안관시스템(JSS)과 이주여성상담소 등 주변의 도움으로 응급 치료는 받을 수 있었지만, 추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해 4월 8일 제주시 이도1동을 걷던 중국인 B 씨도 40대 한국인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뇌출혈과 후두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해당 남성은 “불법 체류자로 신고하겠다”며 B 씨를 협박한 뒤 폭행하고 현금 120만 원도 강탈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B 씨는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병원비 630만 원을 내지 못해 JSS와 제주경찰청 사회공헌기금 등의 도움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를 접한 제주경찰청은 범죄 피해 외국인에 대한 의료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범죄를 당한 외국인이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피해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은 내국인 비급여자(건강보험 미적용)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높은 ‘의료관광 수가’를 적용받는다.

이에 제주경찰은 이달 20일 제주한라병원과 ‘외국인 범죄 피해자 의료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제주한라병원은 여행객과 난민 신청자, 불법 체류자 등 제주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에게 의료관광 수가의 절반에서 5분의 1 정도인 ‘건강보험 수가’ 수준으로 치료비를 감면한다.

JSS 공동위원장인 김성수 한라의료재단 이사장은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의료기관의 본분을 다해 피해자들이 조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도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치안 사각지대도 사라진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경찰은 2023년 경찰과 지자체, 병원, 법조단체,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JSS를 출범시키고 치안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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