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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의 온도 [이준식의 한시 한 수]

입력 | 2026-01-22 23:06:00



적막한 서재 안, 종일토록 오로지 그대 생각뿐.

‘좋은 나무’ 이야기도 다시 찾아보고, 우애를 노래한 ‘각궁’ 시도 떠올려 본다오.

짧은 베옷 속으로 찬바람과 서리 스미는데, 선약 만들기는 날로 더디기만 하네요.

이곳 장안을 떠날 마음이 나지 않으니, 녹문산에서 만날 기약은 허사가 될 듯하오.

(寂寞書齋裏, 終朝獨爾思. 更尋嘉樹傳, 不忘角弓詩.

短褐風霜入, 還丹日月遲. 未因乘興去, 空有鹿門期.)

―‘겨울날 이백을 그리며(동일유회이백·冬日有懷李白)’ 두보(杜甫·712∼770)


자리 하나가 빈 탓인지 서재가 한층 을씨년스럽다. 허전함을 달래려 시인은 책을 뒤적이고, 선배 이백이 건네준 문장과 시를 읊조려 본다. 곱씹어 보니 그것은, 두터운 우정을 기록한 역사 속 ‘좋은 나무’ 이야기나 ‘시경’ 속 ‘각궁(角弓)’ 시와도 뜻이 겹치는 듯하다. 선배의 글이 겨울밤의 적막을 보듬어주는 다시없을 위안이 되는 이유다. 한데 지금 시인은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데다, 선배와 함께 꿈꾸었던 선단(仙丹) 달이는 일마저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자신은 여전히 ‘장안의 그물’에서 빠져나올 엄두가 나지 않으니, 옛 현자처럼 산림에 은거하자던 둘의 언약도 연기처럼 흩어져 버릴 것만 같다.

겨울 서재의 그리움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선배를 향한 마음은, 함께 유람하던 시간과 산천의 거리까지 끌어안고서도 끝내 식지 않는다. 이백과 두보가 서로에게 향했던 그 존중은 ‘문인은 서로 상대를 경시한다’는 오랜 편견을 무색하게 한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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