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의 자동결제 구조와 해지 장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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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결제 기반 구독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표시 요금과 실제 결제 구조 사이의 간극이 소비자 분쟁의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월 3000원인 줄 알고 가입한 앱이었는데, 해지하려다 보니 연간 결제와 위약금이 붙어 있었다”며 “버튼 하나로 시작했는데, 나오는 길은 계약서처럼 복잡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음악 스트리밍처럼 자유로운 월 구독이 일상이 된 반면, 영어 학습 앱이나 전문가용 편집 프로그램, 업무용 툴 등 일부 서비스는 구조가 다르다. 가입은 ‘구독’처럼 간단하지만, 해지는 ‘계약’에 가깝다. 소비자는 한 달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2개월짜리 고정 지출을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차이는 대부분 결제 버튼을 누른 뒤, 혹은 해지를 결심한 뒤에야 드러난다.
● 구독과 고정비의 경계는 어디인가: ‘탈출 비용’이 있는가
동아닷컴 팩트라인팀이 주요 앱 결제 구조를 분석한 결과, ‘구독’과 ‘고정비’를 가르는 기준은 해지에 비용이 드는지 여부다. 해지 순간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소비자는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계약 당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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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 고정비로 바뀌는 위험 신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연간 약정을 걸고 월 단위로 결제하면서 중도 해지 시 잔여 기간 이용료의 일정 비율을 위약금으로 요구하는 구조다. 둘째, 통신 요금이나 카드 실적, 포인트 혜택과 서비스가 묶여 있어 하나를 끊는 순간 연쇄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다. 셋째, 가격표에는 ‘월 3000원대’라고 표시돼 있지만, 실제 결제는 1년 치를 선불로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소비자가 낸 돈은 이용료가 아니라 사실상 ‘디지털 할부금’에 가깝다.
● “월 3000원” 가격표의 배신: 공정위가 주목한 ‘다크패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구독경제와 소비자 이슈’ 정책보고서(2025.12)에 따르면, 일부 구독 서비스에서는 표시 요금과 실제 결제 금액 사이의 정보 비대칭과 해지 접근·절차의 복잡성이 주요 소비자 불만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정기결제 구조에서 가격 정보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거나, 해지 과정이 여러 단계로 설계돼 소비자의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가입 단계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하고, 해지 단계에서는 여러 절차를 거치도록 설계하는 것이 이른바 ‘다크패턴’의 핵심”이라며 “온라인 계약임에도 해지 과정에서 전화나 추가 인증을 요구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을 키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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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계약 과정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통제권’의 이동을 상징하는 장면. 게티이미지뱅크
통신사나 카드사가 제공하는 결합 할인은 이 고정비 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월 5000원 수준의 OTT 할인을 받기 위해 월 10만 원대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알뜰 요금제로 전환했을 때 절감할 수 있는 수만 원의 비용을 단돈 몇 천 원과 맞바꾸는 구조가 된다.
공정위 보고서는 이를 “소비자와 사업자 간 정보 비대칭을 활용한 지배력 강화 방식”으로 해석한다. 한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할인은 절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를 장기간 묶어두는 ‘출입료’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소비의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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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로 시작한 구독이 어느새 계약서가 되어 있다면, 지금 당신이 관리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생활비다. 가격표를 보기 전에, 언제든 지갑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는 출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팩트 필터 Check List] 내 구독 서비스도 ‘다크패턴’일까?
※ 아래 항목 중 2개 이상 해당한다면 ‘눈속임 설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숨은 갱신] 유료 전환이나 금액 인상 시 사전 고지를 받지 못했는가
[취소 방해] 해지 과정에서 전화 상담이나 다단계 화면 이동이 필수인가
[순차 공개 가격] 결제 단계에서 부가세·옵션이 추가돼 최종 금액이 달라졌는가
[잘못된 계층 구조] ‘유지하기’ 버튼만 강조되고 해지 경로는 흐리게 배치됐는가
[사전 선택 옵션] 동의하지 않은 유료 서비스가 기본으로 체크돼 있었는가
※ 아래 항목 중 2개 이상 해당한다면 ‘눈속임 설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숨은 갱신] 유료 전환이나 금액 인상 시 사전 고지를 받지 못했는가
[취소 방해] 해지 과정에서 전화 상담이나 다단계 화면 이동이 필수인가
[순차 공개 가격] 결제 단계에서 부가세·옵션이 추가돼 최종 금액이 달라졌는가
[잘못된 계층 구조] ‘유지하기’ 버튼만 강조되고 해지 경로는 흐리게 배치됐는가
[사전 선택 옵션] 동의하지 않은 유료 서비스가 기본으로 체크돼 있었는가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