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 건보 미가입 외국인 비급여보다 2~5배 높은 의료비 치료 포기·피해 사실 숨길 우려 경찰-한라병원 치료비 감경 맞손
지난해 4월 제주시 길거리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강도상해를 저지른 40대가 건물 안으로 도주하자 이를 추적하는 경찰관의 모습. 뇌출혈과 후두부 골절 등 중상을 입은 피해 중국인은 병원비 630만 원을 감당하지 못해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제주경찰청 제공
같은 해 4월 8일 제주시 이도1동을 걷던 중국인 B 씨도 40대 한국인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뇌출혈과 후두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해당 남성은 “불법 체류자로 신고하겠다”며 B 씨를 협박한 뒤 폭행하고 현금 120만 원도 강탈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B 씨는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병원비 630만 원을 내지 못해 JSS와 제주경찰청 사회공헌기금 등의 도움을 받았다.
이 같은 사례를 접한 제주경찰청은 범죄 피해 외국인에 대한 의료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범죄를 당한 외국인이 병원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피해 사실을 숨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은 내국인 비급여자(건강보험 미적용)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높은 ‘의료관광 수가’를 적용받는다.
광고 로드중
20일 제주경찰청과 제주한라병원이 외국인 범죄 피해자 의료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범죄 피해를 입은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이 한라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의료비를 기존보다 2~5배 낮은 건강보험 수가 수준으로 감면받을 수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JSS 공동위원장인 김성수 한라의료재단 이사장은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의료기관의 본분을 다해 피해자들이 조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도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범죄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치안 사각지대도 사라진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경찰은 2023년 경찰과 지자체, 병원, 법조 단체, 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JSS를 출범시키고 치안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