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형 마을 문학 프로젝트 지도·통계에도 없는 주민들 이야기 구술-생활사 채록 거쳐 문화자산화 사라져가는 지역문화 관심 이끌어
전북도지사 관사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전주 한옥마을 내 하얀 양옥집에서 지난해 12월 열린 ‘움직이는 기억, 살아 있는 마을’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북 10개 시·군, 10개 마을 주민의 기억을 엮어 만든 문학집을 살펴보고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
섬진강댐 건설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박정례 할머니는 당시 수몰민이 이주해 형성된 정읍시 산내면 원덕마을의 시작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박 할머니는 “한 달 남짓 걸려 대충 벽만 세워놓고 지붕 얹어 그냥 들어가 살았지. 살면서 조금씩 고치고 매만졌고, 안 그랬으면 이 원덕마을이 어디 남았겠냐”고 했다. 박 할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원덕마을 이야기는 ‘실을 잇는 마을’이라는 마을 동화책으로 만들어졌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추진한 ‘전북형 마을 문학 프로젝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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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주민을 수혜자가 아닌 ‘이야기의 주체’로 세웠다는 점이다. 마을 주민과 문화기획자, 작가와 예술인들은 함께 마을을 걷고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관계를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역 안에 새로운 문화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이다.
재단은 2025년 한 해 동안 전북 인구 감소 지역 10개 시·군, 10개 마을을 대상으로 주민 1251명의 구술과 생활사를 채록했다. △정읍 원덕마을 △남원 산촌마을 △김제 대석마을 △진안 은천마을 △무주 서면마을 △장수 수분마을 △임실 세심마을 △순창 매우마을 △고창 내기마을 △부안 모산마을 등이 대상이다.
전북도지사 관사를 고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전주 한옥마을 내 하얀 양옥집에서 지난해 12월 열린 ‘움직이는 기억, 살아 있는 마을’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북 10개 시·군, 10개 마을 주민들의 삶과 기억을 담은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
재단은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을 엮어 지난해 12월 ‘움직이는 기억,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에는 도민과 관광객 수천 명이 다녀가 지역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 가능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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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 프로젝트는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지역문화 정책을 바꿀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지역의 사라져 가는 이야기를 소중한 자원으로 남기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