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그린란드”라며 그린란드를 정식 소유권과 함께 미국에 넘기라고 밝혔다. 또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두고 “이 거대하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섬은 사실 북미 대륙의 일부”라며 “그것은 우리(미국)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유럽 정상들이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 듯 그린란드 병합에 대한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낸 것. 그는 미국과 유럽을 집단 안보로 묶어 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에서 유럽의 역할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임승차’ 수준으로 평가절하하며, 무능력하고 방위 역량이 떨어지는 유럽에 그린란드를 맡겨둘 순 없단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 “미국 제외하곤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 안전하게 못 지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에서 “나는 그린란드 국민과 덴마크 국민 모두를 매우 존중한다”면서도 “사실은, 미국을 제외하곤 어떤 나라도 그린란드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강대국”이라며 “아마도 2주 전 베네수엘라에서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무력으로 축출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에 맞서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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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린란드가 “미국,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핵심적인 전략적 위치에 놓여 있지만 사실상 방어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며 “이 거대하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섬은 사실 북미 대륙의 일부이자, 서반구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그린란드가 미국의 핵심적인 ‘국가안보 이익’에 해당한다며 “이 거대한 땅덩어리를 보호, 개발, 개선해서 유럽에도 이롭고 유럽을 안전하게 만들며 동시에 우리에게도 이롭게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고도 했다. 또 “이것이 바로 내가 즉각적인 협상을 통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다시 획득하는 문제를 논의하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나토를 겨냥해서도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결국 우리가 나토에서 얻은 것은, 소련을 막고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해 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그들을 도왔지만, 아무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냉전 시기 소련 억제 역할을 한 건 물론, 냉전 이후에도 미국이 글로벌 안보 사안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을 상당히 분담하는 핵심 틀로 기능했지만 이 같은 역할을 무시한 것이다.
● 그린란드 병합 관련 “무력은 사용하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내가 무력을 사용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면서 “(무력을) 사용하고 싶지도 않으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나토 병합을 위해 군사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은 일단 배제한 것. 다만 “솔직히 말해, 내가 압도적인 힘과 강압을 사용하지 않는 한 앞으로 아무것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강하게 그린란드 병합을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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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