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가 달구지 끌지 염소가 끄나” 기계공장 준공식서 사업차질 질타 中-러 밀착속 19년來 최고성장 전망 내달 9차 당대회… 물갈이 신호탄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함경남도 용성기계연합기업소에서 열린 1단계 개건(리모델링) 현대화 공사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공장은 북한의 최대 산업설비 생산공장 중 한 곳이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에서 양승호 내각부총리를 “지금의 위치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질타한 뒤 해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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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기계공장 준공식 자리에서 양승호 내각부총리를 공개 질타한 뒤 해임했다. 김 위원장은 양 부총리를 향해 “제 발로 나갈 수 있을 때, 더 늦기 전에 제 발로 나가라”는 등 노골적인 표현을 쏟아내며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한 러시아의 지원과 대북제재 무력화로 북한 경제 성장률이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현대화를 위한 기계공업 담당 부총리를 현장에서 해임하면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염소가 달구지 끄나” 질타하며 고위 관료 해임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19일) 함경남도 함흥시 용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리모델링) 현대화 공사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김 위원장은 용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 사업과 관련해 “첫 공정부터 어그러지게 되었다”며 “무책임하고 거칠고 무능한 지도 일군(간부)들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인위적인 혼란을 겪으면서 어려움과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게 초래했다”라고 밝혔다. 용성기계연합기업소는 함흥에 위치한 북한 최대의 산업설비 생산공장 중 한 곳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용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 현대화 공사를 마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날 김 위원장이 목표 달성이 지연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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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고위 관료를 현장에서 해임한 것은 9차 당 대회 전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업 지연 등에 대한 간부 질타, 고강도 인사 조치와 경고 등을 통해 당 대회를 앞두고 경각심 강화 내지는 기강 잡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새 내각 구성의 신호탄이자 인적 쇄신 예고로 볼 수 있다”며 “새 내각은 기술 전문 관료(테크노크라트)보다 혁명성이 강한 혁명 인재를 등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金, 9차 당 대회 앞두고 내치 집중
북한이 올해 초 9차 당 대회 개최를 예고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연일 지방공장 시찰 등 내치에 주력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2월경 당 대회 개최를 예상하고 있으나 북한은 당 대회 일정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8차 당 대회의 여러 계획 성과들에 대해 정리하는 작업이 아직 덜 끝났고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두 국가론’ 등 검토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중국과의 밀착 등을 토대로 내치에 집중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3.8%)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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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