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감독 30명, 3분씩 30개 이야기 엮어 독립-상업영화 사이 내면갈등 담아
20일 만난 임선애(왼쪽), 남궁선 감독은 육아와 영화를 병행하는 여성 감독이다. 임신 당시 ‘영화를 관둬야 하나’를 고민했다는 임 감독은 “출산 뒤에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례가 많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력 단절을 생각했다”며 “여전히 절 보며 ‘오래 버텨 달라’고 당부하는 여성 영화인들이 많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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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은 넘치는데 그 힘을 담을 그릇이 없는 시대 같아요.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투자가 보수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죠.”
20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만난 임선애 감독(48)과 남궁선 감독(46)은 최근 국내 영화계 현실에 아쉬움을 표했다. 임 감독은 ‘69세’와 ‘세기말의 사랑’, 남궁 감독은 ‘십개월의 미래’ ‘고백의 역사’ 등을 연출하며 자기만의 팬층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여전히 하나 끝내면 ‘이제 또 뭘 먹고 살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두 감독이 참여한 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로 이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30주년과 CJ ENM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작품은 한예종 영상원을 거쳐간 감독 30명이 각각 3분 분량으로 완성한 이야기 30개를 엮었다. 두 감독 외에도 영화 ‘세계의 주인’의 윤가은, ‘만약에 우리’의 김도영 등 젊은 감독들이 참여해 이 시대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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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단편은 영화 현장에 대한 자조 섞인 유머와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임 감독의 ‘껌이지’는 감독과 배우의 대화를 통해 연애와 영화 모두 쉽게 풀리길 바라는 마음을 그렸다. 실제 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당시 씹고 있던 껌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임 감독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껌 씹는 것처럼 쉬웠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껌 취급’ 당했던 나의 과거 연애사와 시나리오가 생각났다”고 했다.
남궁 감독의 단편 ‘우리가 죽기 전에’는 영화감독, 촬영감독 등의 대화를 통해 영화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드러낸다. 감독이 독립영화에 이어 상업영화를 연출하며 느낀 여러 생각이 담겼다. 남궁 감독은 “현대 영화계에 자본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염세적인 태도, 맞서는 태도 등을 두루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다룬 두 감독의 단편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영화를 관둘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점차 작품들이 획일화되는 시대라도, 개성이 강한 작품들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상황에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이유 아닐까요?”(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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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