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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제인 오스틴의 비밀을 따라가는 문학 여행

입력 | 2026-01-10 17:00:00

부산박물관, 거장의 비밀: 셰익스피어부터 500년의 문학과 예술




부산박물관 ‘거장의 비밀: 셰익스피어부터 500년의 문학과 예술’.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1928년 케임브리지대 강연을 바탕으로 페미니즘의 고전인 ‘자기만의 방’을 완성했다. 케임브리지는 재강연을 부탁했지만 그녀는 거절하는 편지를 썼다. 국왕이 수여한 명예훈장도 거절하며 스스로 주류 사회의 바깥에 머무는 걸 선택했다. 단아한 느낌의 사진과 단호한 친필 편지에서 거장의 내면의 비밀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부산에 간다면 꼭 들러봐야 할 전시가 있다. 이를 보기 위해 부산에 가도 좋겠다. 부산박물관이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과 함께 18일까지 여는 ‘거장의 비밀: 셰익스피어부터 500년의 문학과 예술’이다.

버지니아 울프 사진. 1902년 사진가 조지 찰스 베리스퍼드를 찾아가 촬영한 사진이다.



전시는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78명의 초상화와 친필 원고, 희귀본 137점을 선보인다. 전 세계에 단 230여 권만 남아 있는 셰익스피어의 첫 희곡 전집 ‘퍼스트 폴리오’도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1623년 발간된 ‘퍼스트 폴리오’는 ‘맥베스’와 ‘십이야’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을 수록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첫 희곡 전집 ‘퍼스트 폴리오’.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누구나 알고 있는 거장부터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훗날 진가를 인정받은 작가들까지 두루 아우르며 그들의 문학적 영광 뒤에 숨은 인간적 이야기를 전한다. J.K. 롤링의 메모가 담긴 ‘해리포터’ 초판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초판본, 브론테 자매의 가명 시집 등 걸작들이 대거 전시됐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는 수없이 쓰고 고친다. 거장들의 초상화와 자필 원고들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울컥하고 때로는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제인 오스틴이 필사한 악보들은 사랑스럽다.

언니 카산드라가 그린 제인 오스틴. 뒷모습을 그린 한 점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유일한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다.

제인 오스틴이 필사한 ‘체서의 비극’ 악보.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주한영국대사관 주도로 주한영국문화원·영국관광청이 협력한 이번 전시는 영국 정부의 글로벌 캠페인 ‘GREAT’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대사관 측은 이번 전시가 한국과 영국 간 문화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왼쪽부터 존 밀턴의 ‘실낙원’, 알렉산더 포프가 번역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전시는 다섯 개의 주제를 따라 진행된다. 1부 ‘작가를 찾아서’는 T.S. 엘리엇 등 거장들의 삶과 문학을 초상화와 함께 조명한다. 2부 ‘위대한 여정’은 작가들이 성공하기까지 시련과 영광을 보여준다. 3부 ‘억압과 검열, 그리고 저항’은 제임스 조이스 등 시대적 편견을 넘어선 이들의 저항을 소개한다. 4부 ‘명성’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퍼스트 폴리오’와 J.K. 롤링의 해리포터 초판본 등이 공개된다. 5부 ‘글의 힘’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처럼 변화를 이끌어온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가즈오 이시구로 초상화.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개인적으로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초상화가 기억에 남는다.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화가 피터 에드워즈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화가는 이시구로의 글쓰기 특성처럼 물감을 겹겹이 쌓아 풍부한 질감을 화폭에 담았다.




부산=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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