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독도마뱀 ‘이상한 물질’, 비만 치료제 핵심 됐다[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입력 | 2026-01-10 01:40:00

덴마크 제약 회사 노보노디스크
당뇨 약 연구하다 ‘위고비’ 개발
◇슈퍼 호르몬/조영민 지음/320쪽·2만2000원·21세기북스




얼마 전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회사라고 하면 ‘노보노디스크’라는 회사가 손에 꼽혔다. 지금은 워낙 인공지능(AI) 열풍이 드세다 보니, 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 장비 회사인 ASML 등 다른 회사에 밀려 1위에서는 조금 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노보노디스크는 유럽 주식 시장 10위권에는 꼬박꼬박 들어가는 대기업이다. 특히 이 회사는 딱히 큰 나라라고 할 수는 없는 덴마크 회사이기에 더욱 눈에 뜨인다.

이 회사가 유럽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위고비’라는 놀라운 비만 치료제 덕분이다. 10여 년 전 당뇨병 약으로 개발한 오젬픽이란 약을 투여받은 사람들이 살 빠지는 걸 보고, 이름을 바꿔 비만 치료제로 내놓은 제품이 위고비다. 그런데 그 효과가 워낙 좋고 인기가 많아서 덴마크 경제를 통째로 끌어올릴 정도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미국의 사막에 사는 독도마뱀으로 이어진다. 힐러강 유역에 살고 있어서 힐러몬스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독도마뱀의 침 성분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있었다. 1990년 전후로 과학자들은 그 성분 중에서 이상한 물질 하나를 발견했다. 그 물질이 사람 몸속의 GLP-1이라는 호르몬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GLP-1과 같지는 않아서 특이한 역할을 할 듯했다. 원래 GLP-1은 사람 혈액 속의 포도당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이었기에, 과학자들은 연구 끝에 독도마뱀 침에서 발견했던 그 성분을 개조해서 혈당을 관리하고 당뇨병을 치료한다는 생각을 해냈다.

그 원리를 활용해 실제로 괜찮은 신제품을 만들어 낸 회사가 바로 노보노디스크였다. 그것이 다시 발전해서 비만 치료제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일라이릴리라고 하는 미국 회사가 유사한 원리를 이용해 ‘마운자로’라는 경쟁 제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보고 있으면 아메리카에 사는 도마뱀에서 나온 유산을 아메리카에서 활용해야 하지 않겠냐는 미국 회사의 자존심이 성과를 거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생물학의 여러 분야를 두루 연구하는 기초 과학의 뿌리가 탄탄한 나라가 얼마나 저력이 강한지 보여 주는 사례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사람들이 “도마뱀의 침 성분 같은 게 무슨 실생활에 쓸모가 있는 주제라고 그걸 연구하는 데 돈을 대냐?”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면 유럽 최대를 자랑했던 기업의 신제품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의 책 ‘슈퍼 호르몬’은 GLP-1 호르몬과 관련된 최근의 비만 치료제와 그 원리를 중심으로 관련된 여러 과학 지식, 의학 지식을 풀이하고 있다. 독도마뱀 이야기뿐 아니라 요즘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여러 가지 혈당에 관한 지식, 호르몬과 사람의 체중 관리에 대한 지식 또한 착실하게 풀어 놓고 있다. 근래의 생물학, 의학, 제약 산업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들을 한 줄기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체중 감량이나 건강 관리에 대해 1년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은 새해 초에 특히 읽어 보기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