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 1952∼2026 1957년 데뷔한 충무로 ‘천재 소년’ 첫 1000만 ‘실미도’ 등 200여편 남겨 2019년 혈액암 진단… 끝내 복귀 못해 李 “삶에 경의”… 금관문화훈장 추서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배우 안성기(사진)가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1957년 다섯 살에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고인은 70년 가까이 200여 편에 출연하며 20세기 영화계 최고의 스타로 자리를 지켰다. ‘바람 불어 좋은 날’ ‘깊고 푸른 밤’ ‘라디오스타’ 등 숱한 대표작을 남겼으며, ‘실미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1000만 영화란 기록도 세웠다. “내 최고의 작품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던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복귀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0일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지 6일 만에 결국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가 내딛는 발걸음이 한국 영화가 걸어온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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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안팎에서 존경받았던 고인은 ‘후배들의 영원한 선생님’으로도 불렸다. 촬영 현장은 물론이고 사석에서도 예의 바르고 정도를 지켰다. 영화의 ‘사회적 영향력’을 믿었으며, 30년 넘게 국제구호기금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 사실상 연기 활동은 멈춘 상태였다. 투병 중에도 여러 영화제 등에 모습을 드러내며 복귀 의지를 불태웠으나 끝내 천상의 무대로 떠나갔다.
2020년 열린 ‘제56회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안성기.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연기에 복귀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동아일보DB
“1980년대에 영화며 광고며 정말 많이 쏟아졌죠. 보통 잘나갈 때 확 ‘땡기죠’. 주위에서 ‘메뚜기도 한철’이라 속삭이면 흔들리기 쉬워요. 하지만 전 자제했어요. 영화를 오래 하고 싶었고, 평생 할 거니까요.”(2006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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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65년 ‘얄개전’을 끝으로 고인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베트남에 진출하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배우의 길은 천명(天命)이었을까. 1977년 ‘병사와 아가씨들’로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고인의 화려한 날갯짓은 1980년대 꽃을 피웠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로 대종상 남우신인상을 받은 뒤 당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탄탄한 연기력과 폭넓은 인지도, 온화한 성격 그리고 “내 최고의 작품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던 도전정신은 그를 넘볼 수 없는 스타로 만들었다.
고래사냥
투캅스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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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들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이런 영화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에 계속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거죠.”
‘가왕(歌王)’ 조용필과는 같은 중학교를 나온 60여 년 절친. 2003년 조용필은 ‘실미도’의 몇 장면을 18집 타이틀곡 ‘태양의 눈’ 뮤직비디오에 쓰기도 했다. 2013년 나란히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이 별세한 뒤 각계에선 애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화려함보다 겸손을, 경쟁보다 품격을 보여준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추모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우리 사회에 밝은 빛이 돼줬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고인을 평생의 지기(知己)로 여기는 배우 박중훈은 병마와 싸우던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안 선배님을 뵌 시간이 우리 아버지 뵌 시간보다 길어요. 안 선배님은 40년을 가까이서 뵀잖아요. ‘라디오 스타’나 ‘투캅스’ 같은 작품을 하나 더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고인의 마지막 걸음은 대한민국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운구는 배우 이병헌과 이정재, 정우성, 박철민 등이 맡는다. 배창호 감독과 정우성이 조사를 낭독한다. 정부는 5일 고인이 한국 영화에 기여한 공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조각가 오소영 씨와 아들 다빈 필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9일 오전 6시.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