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왼쪽)과 찰리 멍거. 오마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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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멍거는 1924년 미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어린 버핏의 집과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고등학생 때 버핏 할아버지의 식료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몇 년 뒤 버핏도 같은 곳에서 일했지만 멍거와 버핏은 각각 35세, 29세였던 1959년에야 만났다. 버핏의 투자조합에 돈을 맡겼던 고객이 버핏과 똑같은 사람을 만났다며 저녁 식사를 주선한 게 계기가 됐다. 첫 만남에서 둘은 즉시 상대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쉴 새 없이 떠들었으며, 평생의 파트너가 될 것을 직감했다.
영혼의 단짝이 된 멍거와 버핏은 수시로 전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버핏은 본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따라 한두 모금 빨 가치는 남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의 주식, 이른바 ‘담배꽁초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멍거는 버핏에게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의 중요성을 설득해 버크셔의 투자 철학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72년 시즈캔디 인수 과정에서 2500만 달러의 인수 금액이 비싸다고 망설이는 버핏을 설득한 것도 멍거였다. 이 인수는 버크셔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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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자본을 굴려 큰돈을 버는 모습을 본 멍거는 경제적 독립을 원했다. 1961년 친구와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 몇 년 뒤 100만 달러가 넘는 큰돈을 벌었다. 1962년 투자조합인 ‘휠러, 멍거 앤드 컴퍼니’를 설립했는데, 1975년 문을 닫을 때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19.8%에 이르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1978년 멍거는 공식적으로 버크셔에 합류해 버핏과 평생을 함께한 파트너가 됐다.
멍거는 문제를 풀 때 거꾸로 접근하는 ‘역발상(inversion)’을 추천한다. 행복해지려면 불행한 삶으로 이끄는 행동을 피하면 된다. 인생에서 확실한 불행을 안기는 것으로 질투와 자기연민이 있다. 성경 속 ‘7대 죄악’ 중 탐식은 먹는 즐거움이 있고, 나태는 쉬는 즐거움이 있지만, 질투는 오직 고통만 주는 유일한 죄악이다. 나보다 더 빨리 성공하는 사람이 항상 있기 마련임을 받아들이자. 한쪽 눈을 잃고 다른 눈도 잃을 상황에서 절망하는 대신 점자를 익혔던 멍거로부터 자기 연민을 버리고 꿋꿋이 나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