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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론/김순은]지방자치의 또 다른 30년, 분권은 책임으로 완성된다

입력 | 2026-01-02 23:12:00

민주주의 확장, 주민 중심 행정 성과 냈지만
제왕적 단체장, 책임성 부족 한계도 드러내
지방 소멸 위기로 ‘자치분권 2.0’ 필요한 때
‘책임지는 지역일꾼’ 선발로 주춧돌 놓아야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2026년은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 주민의 손으로 선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방자치의 또 다른 30년을 맞이하는 해다. 1952년 지방자치의 개시, 1960년 지방자치의 전면적 확대, 1961년 전면 유보 등을 거쳐 부활된 제도임을 감안할 때 그 의의는 매우 크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통하에서 지방자치의 부활과 실행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개혁의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관권선거를 차단해 평화로운 지방정부 교체와 지역의 대표성 및 민주성 강화 등을 이뤄냈다.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 등 국정 혼란 속에서 사회적 혼돈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방자치는 주민 눈높이의 지방행정을 구현하는 혁신의 과정이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지침에 순응하는 행정기관을 넘어, 지역의 대표성과 자율성에 기초해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행정의 축으로 발전했다. 지방정부가 행정정보 공개에 관한 조례, ‘주민참여예산’ 제도 등을 중앙정부보다 먼저 도입한 것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는 한계 또한 분명했다. 제도 도입을 서두른 나머지 단체장에 대한 적절한 견제 장치를 두지 못했다. 단체장의 독주는 ‘제왕적 단체장’으로 묘사됐고, 주민의 대표 기관인 지방의회는 역할과 권한이 미미했다. 여기에 지방의원들의 감투에 대한 욕심과 낮은 청렴도는 지방의회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지방에 닥친 자치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 지방의 청년 유출 심화, 수도권의 일극 집중과 지방 소멸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2024년 0.75명(서울 0.58명)으로 9년 만에 반등했지만, 2.25명인 세계 합계출산율보다 여전히 낮다.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 자연감소가 본격화됐다. 2025년 기준 고령화율은 21%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런 와중에 2019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초과해 2023년 기준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50.7%였다. 무엇보다 2000년부터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 두드러졌다. 2025년 12월 정부는 이미 지정된 89개의 인구감소지역 외에 18개 지역을 추가로 지정해 자치 환경의 악화를 확인케 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나아가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 일극 집중은 지방자치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전개될 지방자치의 또 다른 30년은 지난 30년의 경험과 악화되는 자치 환경을 바탕으로 ‘자치분권 2.0’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치분권 2.0이라는 한 단계 높은 지방자치의 설계와 실행은 크게 네 가지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을 뜻한다.

첫째, 지자체의 지방정부화가 이뤄져야 한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도·감독에 순응해야 한다는 관치자치의 제도적 규제를 기초로 한다. 반면 지방정부는 자기결정, 자기부담, 자치책임이라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이념적 토대로 한다. 자치분권 2.0은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의미한다.

둘째, 기존의 하향식 국가 운영 체제를 상향식 분권적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주체인 지방정부들이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상호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을 모색하도록 자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 발전이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체제다.

셋째, 수동적·중앙 의존적 지방 운영 체제를 지역의 능동적이고 선도적인 운영 체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이 선도적으로 국가 운영에 참여하려면 지역 격차 대응형 분권 전략이 요구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특별시, 특별자치시, 특례시, 특별자치도 등 다양한 형태의 차등 분권을 내실 있게 활용하는 것을 토대로 업그레이드된 차등적·맞춤형 분권을 실시해야 한다. ‘메가시티’, ‘5극 3특’ 구상과 같이 광역연합과 특별지방자치단체 외에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통합된 시도가 지역 발전을 이끌게 할 수도 있다. 전략적으로 준비가 된 지역부터 실행하는 길이 있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저하되는 자치 역량을 보완할 필요도 있다.

끝으로 지역주민의 책임 있는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우선 주민 스스로 해결하고, 해결이 어려운 경우 지역공동체가 나서며, 최후로 지방정부가 해결하는 자치 책임의 범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올해 6월 지방선거는 자치분권 2.0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책임감을 갖춘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시험대다. 정당의 하수인이 아니라 지역의 참일꾼을 선택하는 선거를 통해 주민의 책임을 보여야 한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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