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지 삼성서울병원 교수-대동맥판막 질환 김윤범 씨 대동맥판막 막히거나 좁아지는 병… 8년 전 검사서 발견 후 추적 관찰 5년 만에 증세 발현, 작년 5월 악화… 숨 막혀서 1시간 산책도 어려워져 카테터로 인조판막 삽입한 이후 한 달 만에 숨 막힘 증세 크게 개선 90대 환자도 거뜬히 시술 받지만, 70대까지는 건강보험 혜택 적어
심장은 대동맥판막으로 외부 혈관과 이어져 있다. 이 대동맥판막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거나 역류한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심장은 혈액을 외부로 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결과 심장벽이 두꺼워진다. 나중에는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중증이 될 때까지 방치하면 2년 이내에 절반 정도가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낡은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면 된다. 방법은 두 가지. 첫째, 가슴을 여는 수술이다. 다만 난도가 높다. 고령자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가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이다. 보통 영어 앞 글자만 붙여서 ‘타비(TAVI)’로 많이 부른다.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2시간 정도면 시술이 끝나고 안전해 고령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김윤범 씨(90)는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타비 시술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난달 김 씨는 다시 박 교수를 만났다. 시술 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 씨의 대동맥판막 질환은 고쳐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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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거나 흉통이 느껴지면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김 씨도 그랬다. 2011년 3월 똑같은 증세가 나타나서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찾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었다. 대동맥판막 협착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김 씨를 진료한 의사는 ‘스트레스로 인한 흉통’으로 봤다.
이후 비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러다 2018년 3월, 대동맥판막에 처음으로 이상이 발견됐다. 다만 이 병에 따른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대동맥판막 질환은 대체로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어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5년이 지난 2023년 2월, 대동맥판막 질환 증세가 나타났다. 그해 3월부터 김 씨 진료를 담당한 박 교수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동맥판막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에게 타비 시술을 권했다.
박 교수는 대동맥판막 질환이 악화하면 크게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프며 △눈앞이 캄캄해지는 세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보통 휴식할 때보다는 ‘움직일 때’ 나타난다. 고령자의 경우 숨이 차는 증세가 가장 흔하다. 의심 증세가 있으면 심장초음파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최종 진단을 내린다.
김 씨는 2011년 흉통을 느꼈다고 했다. 흉통은 대동맥판막 질환의 의심 증세이기도 하다. 혹시 그때 대동맥판막 질환이 시작된 건 아니었을까. 박 교수는 “당시 심장초음파 진단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의 흉통과 판막 질환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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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 겪고 고령이라 더 두려워”
지난해 11월, 김 씨는 박 교수가 권한 지 2년 8개월이 지나서야 타비 시술을 받았다. 박 교수가 최소 10회 이상 시술을 권했지만 그때마다 김 씨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김 씨는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공포가 커서 선뜻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씨는 70대 이전까지 중병을 앓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병원에 갈 일도 별로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70대 중반, 처음 암에 걸렸다. 김 씨의 병원 진료 기록지에는 당시 상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2011년 1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다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 씨는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갔다. 입원 후 검사를 받았고 신우요관암 진단을 받았다. 암은 왼쪽 신우와 요관에서 발견됐다. 신우는 소변이 모이는 장기이고, 요관은 그 소변을 신우에서 방광으로 이동하는 기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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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이라 해야 할까. 암 추적 관찰 과정에서 2013년 1월 담낭암이 발견됐다. 그나마 이번에도 초기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해 2월 담낭을 절제하고, 그 다음 달에는 림프절을 절제했다. 항암치료는 없었다.
두 차례 암에 걸리면서 병원 출입이 잦아졌다. 그 와중에 흉통도 느꼈다. 약도 많아졌다. 그러니 몸에 ‘칼 대는’ 게 절로 두려워졌다. 고령이라는 점도 시술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었다. 박 교수는 “이 환자 분만 그런 게 아니라 80대 이상 고령 환자 중 많은 분이 시술을 꺼린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점이 특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고령 환자도 시술을 받으면 금세 좋아진다. 병을 키우지 말고 가급적 빨리 시술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퇴원 후 첫 진료에서 김 씨의 시술 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숨이 찬 증세가 많이 사라졌다. 잠자다 숨이 막혀 깨는 일도 없어졌다. 다만 김 씨는 “아직도 간혹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남아있다.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혹시 시술 부작용은 아닐까.
박 교수는 검사 기록을 살펴본 뒤 “시술은 잘 됐다. 심장 박동도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심장 기능에도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어지럼증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원인은 빈혈이라고 했다. 시술 받기 전부터 빈혈 수치가 높았다는 것. 박 교수는 “빈혈과 고혈압을 함께 치료해야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철분 주사와 빈혈약, 고혈압 약을 처방했고 45일 후에 치료 결과를 보자고 했다.
타비 시술은 사흘 만에 입원에서 퇴원까지 이뤄진다.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적은 편이다. 며칠 만에 좋아지기도 하지만 병을 오래 방치할 경우 회복 속도는 더디다. 박 교수는 “ 만약 대동맥판막 질환이 발견됐을 때 바로 시술했다면 회복 속도가 더 빨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야외에서 산책을 무척 하고 싶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고령인 데다 회복 속도가 늦고 추운 겨울이라 시기상조라고 했다. 자칫 감기라도 걸리면 회복이 더 늦어지기 때문. 박 교수는 “한두 달 동안 약을 잘 먹고 관리를 잘하면 지금의 증세가 거의 사라질 것이고, 운동은 그때 가서 하시라”고 처방했다.
박 교수 설명을 듣고 난 후 김 씨 표정이 밝아졌다. 김 씨는 박 교수의 ‘헌신’에 감사한다고 했다. 김 씨는 “시술 후 박 교수가 병실에 와서 손을 꼭 잡으며 좋아질 거라고 격려해 줬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식이 많은 의사보다 박 교수처럼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의사를 볼 때 환자들은 더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 70대 환자 늘어나는데 건강보험 적용은?
대동맥판막 질환은 대표적인 고령 질환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시술 비용은 3000만 원 정도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다만 80세 이상이거나 가슴을 여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면 5%인 150만∼200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등 여러 진료과 의사가 회의를 통해 대상자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최근 70대 환자가 급증하지만 이 연령대에는 보험 혜택이 20%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이 경우 시술 비용은 약 2500만 원으로 껑충 뛴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면역력과 체력이 모두 떨어졌어도 대형 수술을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타비 시술 보험 혜택을 70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