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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여성 사회진출 늘어 저출산? 데이터는 ‘NO’라 말한다

입력 | 2026-01-03 01:40:00

‘인구 대감소 시대’의 미래 분석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도 효과 無
스웨덴, 복지 정책에도 출생률↓
결혼-출산 외의 선택지 증가로… 기존 상식 벗어난 해법 찾아야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밀리 오브리 등 지음·이수진 옮김/274쪽·2만9800원·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반대를 외치던 시위자들이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에 기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낙태 허용이 출생률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동아일보DB


‘세계 인구는 당신의 생애 안에 정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세계 인구 데이터를 분석해 온 두 인구경제학자는 “세계 인구가 정점에 이른 뒤로는 가파른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남은 기간은 약 35년. 길어봐야 55년 전후다. 책은 이 두 인구경제학자가 분석한 ‘인구 대감소 시대’가 만들어낼 미래를 보여준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인구 문제에 대한 통념을 깨는 데에 있다. 저자들은 실증 수치를 바탕으로 인구에 대한 통념을 차례로 부순다. 한국의 인구 정책에도 참고할 만한 통찰이 가득하다. 차례로 살펴보자.

① 인구 감소는 오히려 지구 환경과 인류에 긍정적이다.

이 주장을 반박하는 대표적인 예는 미세먼지다. 2013년 중국은 스모그 사태를 겪었다. 그로부터 10년간 중국 인구는 5000만 명이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국 미세먼지 농도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인구 밀도는 세계 최고지만, 공기 오염 수준은 하위 20% 안에 든다. 니제르는 인구 밀도가 매우 낮지만 공기 오염 수준은 상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높다.

저자들은 “인구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환경에 대한 영향력은 ‘석탄 화력 발전’이 훨씬 크다. 인구 밀도가 낮은 일부 지역,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석탄을 때서 전기를 생산하기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② 여성의 사회 진출은 출생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 않다. 이 주장이 맞다면 사회가 공정해질수록 출생률은 점점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저자들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임금 격차, 가정 내 공정성 등과 출생률 사이에는 규칙적인 패턴이 드러나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는 곳일수록 더 많은 자녀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저출산국가인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선 ‘한국에 페미니즘이 퍼지며 출생률이 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저자들은 오히려 반대라고 말한다. 이들은 “한국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국가라 출생률이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③ 인구 증가를 위해 아이 키우는 비용을 늘려줘야 한다.


자녀 세액 공제, 유급 육아휴직 확대, 어린이집 비용 추가 지원…. 육아를 돕고자 현재 많은 정부에서 펼치는 정책들이다. 실제 스웨덴 정부는 오랫동안 유사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는? 2018년 스웨덴의 평균 출생률은 1.76명. 양육비가 훨씬 비싼 미국(1.73명)과 거의 같았다. 그마저도 2019년 1.7명으로 떨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저자는 “모든 걸림돌을 치우는 법은 아무도 모른다”며 솔직하게 인정한다. 다만 우선 인구 대감소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 비해 소득이 증가하고, 더 오래 살게 되면서 결혼이나 출산 외에도 삶을 꾸려갈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이들은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질문들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된다”고 말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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