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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면 1초만에 지혈…카이스트 현역 소령이 개발 참여했다

입력 | 2025-12-29 20:39:00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차세대 지혈제의 가상(AI 생성) 이미지. 카이스트 제공


상처 부위에 뿌리면 1초 만에 강력한 하이드로겔 장벽을 형성해 출혈을 멈추게 하는 차세대 지혈제가 국내 연구진과 현역 군인의 공동 연구로 개발됐다.

29일 KAIST는 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와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공동 연구팀이 깊고 불규칙한 상처에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지혈제 ‘AGCL 파우더’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제공

AGCL 파우더는 알지네이트·겔란검(칼슘과 반응해 초고속 겔화·물리적 밀봉), 키토산(혈액 성분과 결합해 화학적·생물학적 지혈 강화) 등 생체적합 천연 소재를 결합했다. 혈액의 칼슘 등 양이온과 반응하면 1초 만에 겔 상태로 변해 상처를 즉각 밀봉한다.

파우더 내부에 3차원 구조를 형성해 자체 무게의 7배 이상(725%)에 달하는 혈액을 흡수할 수 있어 고압·과다출혈 상황에서도 혈류를 빠르게 차단한다. 또한 손으로 강하게 눌러도 버틸 수 있는 압력 수준인 40kPa 이상의 높은 접착력을 보인다.

특히 자연 유래 물질로 만들어져 안전하며, 사용 시 세포 생존율 99% 이상, 항균 효과 99.9%를 나타냈다. 동물실험에서도 혈관·콜라겐 재생 촉진 등 조직 재생 효과가 확인됐다.

이 지혈제는 실온·고습 환경에서도 2년간 성능이 유지돼 군 작전현장이나 재난지역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즉시 사용할 수 있다.

외과적 간 손상 수술실험에서는 출혈량과 지혈 시간이 상용 지혈제 대비 크게 줄었으며, 수술 2주 후 간 기능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전신 독성 평가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사용된 패치형 지혈제는 평면 구조이기에 복잡한 상처에는 적용이 어렵고, 온도와 습도에도 민감해 보관 및 운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지혈제가 다양한 상처 유형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 연구에 현역 육군 소령이 직접 참여해 실제 전투 환경을 고려한 실전형 기술로 완성도를 높였다.

박규순 KAIST 박사과정생(육군 소령)은 “현대전의 핵심은 인명 손실 최소화”라며 “군인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기술이 국방과 민간 의료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기술로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는 “이번 연구는 국방 목적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첨단 신소재 기술이지만 재난 현장, 개발도상국, 의료 취약 지역 등 응급의료 전반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전투 현장에서의 응급처치부터 체내 수술 지혈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방과학기술이 민간으로 확장된 대표적 ‘스핀오프 사례’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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