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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한 번에 늙지 않았다…9·32·66·83세에 찾아온 ‘구조 전환점’

입력 | 2025-12-26 15:43:16

영국 연구진, 4216명 MRI 분석 결과 발표,
32세 전후에서 뇌 연결 구조 ‘가장 큰 분기’ 나타나



ⓒ News1 DB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늙어갈 때까지 하나의 곡선으로 변하지 않았다.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뇌의 연결 구조는 특정 연령을 기점으로 방향을 바꾸며 단계적으로 재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0세부터 90세까지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료 4216명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뇌 구조는 평균적으로 9세, 32세, 66세, 83세 전후에서 뚜렷한 전환점을 거치며 서로 다른 조직화 단계로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존처럼 특정 연령대만 분리해 분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출생 직후부터 고령기까지를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살폈다. 분석에는 영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노년층을 포괄하는 9개 국제 데이터셋이 활용됐으며, 총 4216명의 확산 MRI 자료를 기반으로 뇌 각 영역의 연결 방식을 그래프 이론 지표 12가지로 계산했다. 이후 비선형 차원 축소 기법을 적용해 연령에 따른 구조 변화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첫 번째 구조적 전환점은 약 9세 전후에서 나타났다. 이 시기 뇌는 전체 연결 효율이 감소하는 대신, 인접 영역 간 국소 연결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연구진은 이를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냅스 가지치기와 회백질·백질 재구성과 연관된 변화로 해석했다. 기존 연구에서도 7~9세 무렵 뇌 피질 두께와 연결 효율이 큰 변화를 겪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두 번째 전환점은 약 32세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시점을 전 생애에서 가장 뚜렷한 구조적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32세 이전까지는 뇌 네트워크의 통합성과 정보 전달 효율이 향상했지만, 이후에는 그 방향이 반대로 바뀌었다. 전체 연결 효율은 감소하고, 모듈화와 중심성이 점차 증가했다. 이는 뇌가 최대 효율 상태에서 벗어나, 유지와 분화 중심의 구조로 이동하는 시점인 셈이다. 연구진은 “32세 전후는 뇌 구조가 방향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32세부터 66세까지는 비교적 긴 안정 구간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는 뇌 연결 구조의 변화 속도가 느렸고, 방향성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성인기의 구조적 평형 상태로 해석했다. 실제로 이 연령대는 지능, 성격, 주요 인지 기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기와도 겹친다.

세 번째 전환점은 약 66세 전후에서 나타났다. 이 시점부터는 모듈화 증가, 통합성 감소, 중심성 변화가 동시에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구조적 노화가 본격화되는 단계로 해석했다. 이 연령대는 치매, 인지 저하, 주요 만성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마지막 전환점은 약 83세에서 확인됐다. 이 이후에는 뇌 연결 구조와 연령 간의 연관성이 급격히 약해졌다. 연구진은 고령기에는 개인 간 차이가 벌어지면서, 연령 자체가 구조 변화를 설명하는 힘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즉, 매우 고령이 되면 뇌 구조 변화는 나이보다 개인별 건강 상태와 이력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의미다.

젊은 뇌와 늙은 뇌의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 ‘방식’

연구진은 이번 분석을 통해 뇌 발달과 노화를 단순한 ‘연속적 감소’로 설명하는 기존 관점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 전환점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뇌가 전혀 다른 조직 원리로 이동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발달장애, 정신질환, 치매 연구에서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구조적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뇌는 한 방향으로 천천히 늙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연령대마다 서로 다른 연결 규칙과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케임브리지대 인지·뇌과학 연구소와 미국 피츠버그대 공동 연구진이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2월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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