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망 피하려 암호 만들어 공유 수백 단계 공정정보 베껴 유출도 檢, 삼성전자 前임원 등 10명 기소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김윤용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사건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공정 정보 등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반도체업체로 빼돌린 혐의로 전직 임직원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뉴시스
광고 로드중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nm(나노미터)대 D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전직 삼성전자 임원 등 총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내부 행동 지침과 암호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등)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혐의로 삼성전자 부장 출신 김모 씨(58)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삼성전자가 5년간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2016년부터 불법 취득해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특히 CXMT 측은 현재 검찰이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으로부터 수백 단계의 공정 정보를 자필로 베낀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이 자료를 토대로 2023년 중국 최초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광고 로드중
이들의 범행 수법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위장 회사를 설립하고 주기적으로 사무실을 옮겼으며 “주위에 항상 국가정보원 등이 있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라”는 지침을 공유했다. 특히 출국금지나 체포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동료들에게 암호 ‘♥♥♥♥’(하트 4개)를 전파해 상황을 알리도록 대비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가경제 및 기술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