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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또 ‘키움’

입력 | 2025-12-24 04:30:00

송성문, 샌디에이고 계약 공식발표… 키움, 6명 이적 시키며 778억 챙겨
신인 선수들 주전으로 적극 기용
‘키워서’ MLB 보내는 선순환 불구
주축선수 이탈로 팀 성적은 추락



송성문이 22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와 입단 계약을 마친 뒤 새로 받은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뒤 미소짓고 있다. 샌디에이고 제공


송성문(29)이 23일 공식적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선수가 됐다.

샌디에이고는 송성문과 최장 5년, 최대 2100만 달러(약 311억6400만 원)에 입단 계약을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송성문의 한국프로야구 소속 구단 키움은 계약 소식을 전하며 “진심으로 축하한다. 팀 출신 여섯 번째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한국프로야구의 경쟁력과 위상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평했다.

한국프로야구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키움은 갓 입단해 몸값이 저렴한 선수를 주전으로 적극 기용한다. 구단 이름처럼 이 선수들을 ‘키워서’ 쓰는 게 구단 운영의 핵심이다. 키움 타자들은 올 시즌 총 5508번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중 41.9%(2309타석)가 25세 이하 타자 차지였다. 리그 평균 비율(26.6%)보다 1.6배나 높은 압도적 1위 기록이다. 키움에서는 어릴 때부터 출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 보니 한국프로야구에서 7시즌 이상 1군에서 뛰어야 하는 MLB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기준을 충족하기에도 가장 유리하다.

이런 팀에서 선순환이 이뤄지면 구단과 선수 모두에 윈윈이다. 리그를 평정해 ‘평화왕’이라 불렸던 유격수 강정호(38·은퇴)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남은 빈자리에서 ‘평화왕자’ 김하성(30·애틀랜타)이라는 또 다른 빅리거가 나온 게 대표 사례다. 구단도 반대급부로 이적료를 짭짤하게 챙겼다. 송성문까지 6명을 MLB 무대로 보낸 키움은 선수들 활약에 따라 이적료를 최대 5240만2015달러(약 777억6926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포스팅 제도를 통해 MLB에 진출한 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반드시 원소속팀과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키움으로서는 ‘선수 임대 수익’을 누리는 셈이다.

미국에서 계약을 마치고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송성문은 “김하성 선배가 샌디에이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덕에 나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며 “키움 후배들도 내가 미국 구단과 계약한 것에 놀랐을 것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한국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선수였다. 노력하고 인내하니 이런 좋은 날이 오더라. 나 같은 선수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게 후배들에게 동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선순환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키움은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와 김혜성(26·LA 다저스)이 타선을 ‘쌍끌이’하던 2022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팀이다. 그러나 이정후가 부상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2023년 이후로는 줄곧 최하위다. 올해도 유일하게 3할 승률(47승 93패 4무·승률 0.336)에 그친 압도적인 꼴찌였다. 이 와중에 이정후(지난해), 김혜성(올해)에 이어 내년에는 송성문까지 떠나보낸다.

한국프로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이번 시즌 키움 타선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합계는 6.88이었다. 그런데 송성문 혼자 8.58이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3할대 타율(0.315)과 20홈런 이상(26홈런)을 기록한 송성문이 빠지면 팀 타선의 WAR이 마이너스(―)라는 계산이 나온다. 송성문을 MLB에 보내면서 키움의 잔액은 더 두둑해졌을지 몰라도 내년 시즌에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2023∼2025년 세 시즌을 연속 꼴찌로 마무리하면서도 동시에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빅리거를 배출한 키움의 아이러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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