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는 내년 1월부터 미국에서 위고비 알약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며, 초회 용량 기준 현금 가격을 월 149달러(약 22만 원)로 책정했다. 이 약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주사제와 동일한 활성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하며,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방식이다. 동일 성분 기준으론 이번에 승인받은 알약이 가장 저렴하다. 노보는 현재 정식 제품명은 아니나 이를 ‘위고비 필(알약)’이라고면 명명하고 있다.
그간 노보의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 등 주 1회 주사제가 시장을 장악해왔지만, 높은 가격과 보험 적용 한계,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이 이들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수요는 높지만, 접근성 문제는 여전했다. 제약업계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가 주사를 원치 않거나 매일 복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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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도 수주 또는 수개월 내 ‘오르포글리프론’이라는 체중 감량 알약을 출시할 계획이다. 312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최고 용량 투여 시 72주 후 평균 12.4%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규제 당국에 승인을 신청하고 신속 심사를 요청해 이르면 내년 초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릴리의 알약은 음식이나 물 섭취 제한 없이 하루 중 아무 때나 복용할 수 있어 편의성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컬럼비아대 의대 주디스 코너 교수는 “위고비 알약이 효능, 안전성, 비용 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149달러 가격은 최저 용량에만 적용되며, 환자들은 부작용 관리를 위해 점차 용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릴리는 오르포글리프론의 추가 용량 가격을 최대 399달러로 책정할 계획이다.
노보로서는 이번 승인이 부진했던 한 해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사 릴리에 주도권을 내줬고,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이사회 개편을 단행했으며, 비만 치료제 스타트업 메테세라 인수 경쟁에서 화이자에 패하기도 했다. TD 코웬 애널리스트들은 2030년 노보와 릴리의 비만 치료제 알약 매출이 각각 20억 달러(약 3조 원), 56억 달러(약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