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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유방암 환자 치료 전략 바뀌나… 난소기능 억제로 생존율 향상

입력 | 2025-12-23 11:01:00

-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 HERA 임상시험 분석… 10년 무질병 생존율·전체생존율 모두 개선
-대규모 국제 임상 데이터 분석서 재발·사망 위험 유의하게 감소 확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안성귀·배숭준 교수팀이 호르몬 수용체(HR)와 인간 표피성장인자수용체 2(HER2)가 모두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난소기능 억제 치료의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방암은 수술 이후에도 암의 성질에 따라 약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전체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은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를 이용한 항호르몬 치료가 기본이다. 폐경 전 환자의 경우 여기에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재발 위험이 낮아진다는 점이 이미 알려져 있다.

반면 HR과 HER2가 모두 양성인 유방암 환자군은 항호르몬 치료와 함께 HER2 표적 치료를 병행한다. 그러나 이 환자군에서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실제로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에는 트라스트주맙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인 HERA 임상시험 자료가 활용됐다. HERA 연구는 조기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마친 뒤 표적 치료 효과를 평가한 국제 다국가 연구로, 약 40개국에서 5100여 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HR·HER2 이중 양성 환자 965명을 선별해 분석했다. 이들은 타목시펜 단독으로 항호르몬 치료를 받은 501명과 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아제 억제제에 난소기능 억제제를 함께 사용한 464명으로 나뉘었다.

분석 결과, 항호르몬 치료와 난소기능 억제를 동시에 받은 환자군의 예후가 유의하게 더 좋았다. 치료 후 10년 동안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을 뜻하는 10년 무질병 생존율은 동시 치료군이 70.9%,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은 59.6%였다.

사망 여부를 포함해 전체 생존을 평가한 전체생존율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동시 치료군은 84.7%, 단독 치료군은 74.0%로 나타났다. 환자의 병기, 종양 특성 등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난소기능 억제제 사용은 독립적인 예후 개선 인자로 확인됐다. 무질병 생존율 기준으로 재발 위험은 32% 감소했으며(HR 0.68), 사망 위험 역시 38%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효과는 병기가 높거나 고등급(G3) 종양일수록 더욱 뚜렷했다.

연구를 주도한 안성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그동안 대규모 유방암 임상시험은 HER2 음성 환자 중심으로 진행돼, HR과 HER2가 모두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는 비록 후향적 분석이지만, HER2 양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자료를 활용해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HR·HER2 이중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난소기능 억제 치료가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젊은 유방암 환자의 비중이 높은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향후 진료 지침 마련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가 발간하는 JNCCN 최신호에 ‘호르몬 수용체 및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난소기능 억제 치료의 가능성: HERA 임상시험의 탐색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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