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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윙크보이’ 이용대 “세상 가장 재밌는 종목은 배드민턴”

입력 | 2025-12-22 23:06:00

배드민턴 레전드 이용대는 요즘도 주 5일 훈련과 러닝으로 몸을 관리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스포츠부장

실력이 얼굴에 묻히는 선수들이 가끔 있다. ‘윙크보이’ 이용대(37)가 대표적이다. 이용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이효정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스무 살이던 이용대는 세리머니 도중 중계 카메라를 향해 ‘찡긋’ 윙크를 했다. 훈훈한 외모에 빼어난 실력까지 갖춘 그는 단숨에 국민 남동생이 됐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윙크보이’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서 ‘레전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다. 특히 복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용대는 “배드민턴을 시작할 때 박주봉, 김문수, 김동문, 하태권 같은 선배님들이 우상이었다. 그분들이 모두 복식 전문 선수들이라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남자 복식 파트너는 정재성에서 고성현으로, 또 유연성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누구와 짝이 되든 이용대 조는 항상 세계 랭킹 1위를 했다. 그렇게 130주 넘게 정상을 지킨 이용대는 지난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현재 요넥스 배드민턴팀의 플레잉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대는 쉬는 날에는 가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곤 한다. 운동신경이 좋은 그는 축구와 골프, 최근에는 배구 예능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종목은 배드민턴이다. 이용대는 “랠리가 길게 이어지면 점점 숨이 가빠진다. 그럴 때 도파민이 터지면서 큰 행복감이 밀려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드민턴은 할수록 어렵고 재미있는 운동이다. 많은 분들이 스매싱을 좋아한다. 하지만 네트를 살짝 넘기는 헤어핀이나 크로스 헤어핀, 드롭샷 같은 기술이 통할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용대는 공격이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 대신 네트플레이와 수비에 강했다. 상대적으로 파워가 부족했던 이용대의 생존을 위한 노력이 강점이 됐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자 했다. 상대의 강한 스매싱을 받아내는 수비와 이어지는 빠른 공격 전환을 죽어라 연습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여전히 곱상한 얼굴이지만 손바닥엔 굳은살이 가득하다.

미래의 꿈도 배드민턴 지도자로 성공하는 것이다. 이용대는 “배드민턴은 알수록 재미있다. 제가 배워 왔던 걸 후배들에게도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가대표 지도자로도 활동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안세영, 서승재, 김원호 같은 선수들이 그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3월 전영오픈 때 임시로 대표팀 지도자를 맡았던 이용대는 “안세영은 실력과 체력,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이런 선수가 다시 나올까 싶을 정도”라며 “남자복식 최강자로 떠오른 서승재-김원호 조도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배드민턴은 생활 체육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종목이다. 이용대는 “실외도 좋지만 가능하면 실내에서 치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며 “바람이 없으면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있고, 경쾌한 타구음도 더 잘 들린다. 레슨까지 받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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