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장 외부에 선별·세척을 마친 쓰레기들이 종류별로 정리돼 쌓여 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연간 7500t에 이르는 군(郡) 생활폐기물 가운데 30%인 약 2250t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 봄 본격 가동을 앞둔 강원 고성군 죽왕면 ‘생활폐기물 전처리 선별시스템’ 처리장에서 19일 만난 황석호 고성군 환경시설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처리장 안에서는 컨베이어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며 종량제봉투와 각종 쓰레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시설은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하기 전에 재활용·에너지화가 가능한 물질을 먼저 골라내는 전처리 시설이다. 이를 통해 소각·매립 대상 쓰레기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준공된 고성군 전처리시설은 오염물질을 잘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돼 고품질 재활용품 생산 기준을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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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내년부터 수도권에서는 쓰레기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다. 수도권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소각시설 확충과 함께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거나 재활용률을 높이면 소각으로 보내야 할 물량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30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는 비수도권 지역도 대응에 나섰다. 산악지대가 많아 소각시설 설치가 쉽지 않고 관광객 유입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적지 않은 고성군은 한국환경공단의 ‘상생협력 실증프로그램’ 사업을 통해 전처리 시설을 도입했다. 정부로부터 9억8000만 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지난해 4월 착공한 공사는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현재는 시범 가동 단계지만,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상당량의 쓰레기가 처리 중이었다. 종량제봉투 속 쓰레기는 파봉·파쇄 과정을 거쳐 선별 설비들을 통과하며 금속류, 비닐·종이류, 오염물 등으로 나뉘었다. 전체 공정은 약 30m 길이로, 처리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 선별된 폐비닐은 압축돼 열분해유·고형연료 생산 업체로 보내지고, 금속과 종이는 재활용업체로 각각 출하된다. 황 팀장은 “전처리시설 덕분에 쓰레기 양을 크게 줄여 장기적인 처리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쓰레기 양을 줄이면 건설 비용과 주민 갈등이 큰 소각시설을 무작정 늘리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이 직매립 금지의 근본 해법으로 ‘쓰레기 감량’을 꼽는 이유다. 그러나 수도권의 쓰레기 발생량은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생활폐기물(가정·상가·학원 등 소규모 사업장 포함)은 2020년 367만t, 2021년 383만t, 2022년 376만t, 2023년 374만t이다.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오히려 7만t 늘었다. 재활용량도 같은 기간 47만t에서 71만t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폐기물 대비 비율은 1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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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고성군 죽왕면 생활폐기물 전처리 선별시스템 처리장에서 관계자가 선별기를 거쳐 분류된 폐비닐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전문가들은 전처리시설 확대와 함께 쓰레기 감량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공공 소각시설 부족으로 민간 위탁이 늘면 쓰레기 처리에 t당 20만 원을 쓰게 되는 상황에서 전처리시설 확대는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쓰레기 에너지화에 적극적”이라며 “에너지화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처리 과정 개선뿐 아니라 애초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홍 소장은 “재활용이 잘되는 재질의 제품 생산을 유도하고, 시민들의 분리배출과 다회용기 사용을 함께 독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고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