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산 인공지능(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밝히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두 회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한미 간 반도체 등 AI 산업 협력이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은 각각 12일과 13일 미 상무부에 이 프로그램과 관련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AI 관련 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AI 기술을 표준화시켜 산업 지배력을 확장하고 중국 기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겠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구상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주도하겠지만,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과 삼성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엣지 디바이스 등에서 전문성을 보유한 삼성은 풀스택 솔루션을 통해 프로그램 성공에 독보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강점을 지닌 만큼, AI 구동의 전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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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 의사 표명으로 인해 한미 간 AI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AI 반도체를 미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로부터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책·제도적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의 AI 협력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중국 사업을 둘러싼 제약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국내 기업의 참여가 확정되면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한국 기업은 경영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