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대비 4.40원(0.30%) 상승한 1,480.70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외환시장 폐장일(12월 30일)을 앞두고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고환율 추세를 꺾기 위해 남은 기간 연말 환율 종가를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22/뉴스1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국내 산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항공, 철강 등 고환율에 취약한 업종부터 시작해 외환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중소기업으로 고환율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내수 침체에 고환율 악재까지 겹친 기업들은 절반 이상이 내년도 경영 여건에 대해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 환율 직격탄 우려 항공·철강·중기
22일 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9월 중순까지 1300원 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9월 24일 1400원대로 진입한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22일 현재 1480.1(주간거래 종가기준)로 1480원을 넘어섰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평균 환율인 1394.97원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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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도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광석 수입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매년 약 5000만t의 철광석을 소비하고, 모두 수입산이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 1t 당 120달러 가량이던 철광석 가격이 현재 100달러 정도로 낮아져 한숨 돌리고 있지만, 환율이 더 오를 경우 이런 이점마저도 없어질 상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철강업종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원자재 비용이 늘었다고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고환율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은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19일 중소기업 63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의 40.7%가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이익이 발생했다고 답한 비율(13.9%)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동남아에서 원단을 수입하는 패션 관련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원재료 가격은 10% 가량 뛰었지만, 그만큼 매입 단가를 반영해 납품 단가를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떠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기업 절반 이상 “내년 경영 어렵다”
연말 계속되는 고환율 상황에 기업들의 경영 시계(視界)도 안개속 상황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기업 경영 환경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52.0%가 내년 경영 여건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대체로 어렵다’는 응답이 34.0%,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18.0%였다. 특히 ‘매우 어렵다’는 응답 비중이 적지 않아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여건이 ‘양호할 것’이라는 응답은 44.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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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