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2025.08.29 서울=뉴시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대 간 연대를 통한 위험 경감이라는 사회보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생애 주기상 젊었을 때는 인센티브가 적더라도, 아이를 키우거나 노인이 됐을 때 혜택을 보는 건보 기본 원칙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 2040 5명 중 1명, 연간 4회 미만 병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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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병원에 덜 가고 고령층일수록 병원을 자주 가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청년층 일각에서는 매달 건보료를 내는데도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20~40대 청장년층은 전체 건보 가입자 4870만480명 중 40.0%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쓴 진료비는 지난해 전체 진료비의 23.0%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탈모에 건보 적용을 검토를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에서는 청년층이 건보료 납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건강바우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20~34세에 대해 연간 최대 12만 원 한도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당초 지난해부터 검토됐으나, 의정갈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등으로 건보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지고 바우처 대상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도입이 미뤄졌다.
● “병원 안 간다고 인센티브 주면 사회보험 원칙 훼손”
건강 바우처는 청년층의 건보료 납부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가입자 자신의 건강 관리를 하도록 유도해 향후 건보료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의료기관에서 쓸 수 있도록 용도를 제한하거나 헬스장 등 건강 관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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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건강바우처는 사회적 약자보다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보험의 정신과 맞지 않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건보 재원도 부족한데 바우처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건보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근본적으로 청년층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 증진이라는 취지에 맞춰 건강 관리를 잘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