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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무실에는 숨겨진 굿즈샵이 있다 [트럼피디아]〈54〉

입력 | 2025-12-21 08:11:00


18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연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AP 뉴시스

용산 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를 앞두고 백악관 서관인 ‘웨스트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핵심 참모와 한층에서 근무하는 백악관을 참고해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실장실과 정책실장실, 국가안보실장실과 같은 건물에 배치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살펴봤다. 


● 오벌오피스는 남동쪽 모퉁이에
백악관은 집무동인 웨스트윙, 대통령 관저와 행사장이 모인 본관, 영부인 집무 공간이 있는 이스트윙(동관)이 이어진 건물이다. 

미국 백악관 서관인 ‘웨스트윙’은 한 건물에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부통령실, 비서실장실을 비롯한 핵심 백악관 참모 10여 명의 사무실이 모두 모여 있다.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수평형 실시간 소통 구조를 갖춘 것이다. 현재의 구조는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년 재임) 때 만들어졌다. 

오벌오피스는 문이 4개인 원형 공간이다. 4개의 문은 다용도 회의실인 루스벨트룸, 국무회의가 열리는 캐비닛룸, 야외 행사가 열리는 로즈가든, 그리고 작은 서재로 연결돼 있다. 대통령 주재 행사는 대부분 오벌오피스 및 연계 공간에서 열린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휠체어를 탄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웨스트윙 중앙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을 남동쪽 모퉁이로 옮겼다. 야외 출입구를 사용해 관저를 오가며 타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웨스트윙 1층의 평면도. 8번이 오벌오피스, 9번이 루스벨트룸, 7번이 캐비닛룸이다. 브리핑장은 12번이다. 사진 출처 버락 오바마 백악관 웹사이트

CNN에 따르면 트럼프 2기 백악관은 1층에 오벌오피스를 비롯해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대변인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스티브 밀러 부비서실장 겸 국토안보보좌관과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다. 지하층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협상을 중재하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가 집무실을 두고 있다. 같은 층에 대통령이 화상 정상회의를 하거나 긴급 사안에 대응하는 시추에이션룸(상황실)도 있다.

바로 옆 건물이 실무진 사무동이라는 점도 백악관의 특징이다. 웨스트윙 서쪽 출입구로 나오면 바로 ‘아이젠하워 행정동’이 자리하고 있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아이젠하워 행정동은 500개가 넘는 사무실로 이뤄져 있어 한때 세계 최대 사무용 건물로 꼽혔다.

언론 역시 지척에 있다. 출입기자실은 웨스트윙 북동쪽에 연결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사 앞뒤로 기자단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으며 적극 소통하는 모습은 트럼프 2기 백악관의 특징으로 꼽힌다.


● “즐겁게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
오벌오피스에 연결된 작은 서재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대변신을 했다. 과거 대통령들은 이 공간을 차분히 업무를 보는 사무실로 사용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해외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고, 참모들과 회의를 하거나 집중해서 연설문을 쓰는 장소로 활용했다.

이제 서재에는 책상이 사라졌고, 대신 두개의 책장에 ‘트럼프 굿즈’가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맨 위 칸에는 14종에 달하는 트럼프 모자가, 그 아래로 대통령 인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물병과 수건, 금빛 책상용 쟁반, 머그컵, 초콜릿, 깃발, 양초 등 작은 기념품이 진열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역시 여러 권씩 놓여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 방을 ‘트럼프 기념품(merch) 방’이라고 부른다고 CNN에 전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오벌오피스 서재에서 1991년 1월 16일 걸프전의 결정적 전환점이 된 ‘사막의 폭풍 작전’과 관련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부시 대통령 기념도서관 웹사이트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8일 백악관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맨 왼쪽)과 젤렌스키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에게 트럼프 모자를 들어 선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마고 마틴 X

‘트럼프 굿즈샵’은 정상회담 단골 코스로도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았을 때 이 방으로 데려갔다. 백악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대통령 앞에서 14종의 트럼프 모자 중 ‘4년 더’라고 적혀 3선 도전을 암시하는 모자를 들어 보이는 모습을 X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재를 손님을 위한 선물방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비치된 물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교체되거나 재입고된다”고 전했다. 애나 캘리 백악관 대변인은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모자”라며 “대통령은 해외에서 온 손님들에게 딱 맞는 모자를 고르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 백악관의 모델이 된 마러라고
오벌오피스를 금빛으로 장식하고, 부속 서재를 기념품 방으로 만든 것 외에도 백악관에는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늘고 있다. 최근 재단장을 마친 백악관 잔디밭 ‘로즈가든’이 대표적이다.

4월 2일 글로벌 관세 발표 당시에만 해도 잔디밭이었던 이곳은 이제 하얀 대리석이 잔디를 덮었고, 그 위에는 20개의 테이블이 깔렸다. 테이블에는 흰색과 노란색 줄무늬 천을 씌운 파라솔이 설치돼 마러라고의 야외 테라스 식당과 똑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일상은 트럼피디아 1화에서 살펴봤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50120/130865959/1

10월 2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화당 지도부 오찬. 사진 출처 백악관 웹사이트

이스트윙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대형 연회장이 들어선다. 예상 공사비는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 원)로 사재와 기업 등의 후원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는데,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미 3억5000만 달러를 모금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연회장 공사 둘째날 로즈가든에서 공화당 지도부 오찬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연설했다. 

“저쪽 울타리 너머의 소리가 들리십니까? 세계 최고 수준의 무도회장을 짓고 있습니다. 제 귀에는 이 소리가 음악처럼 들립니다. 다른 사람은 싫어하겠지만 저는 좋아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도회장이 될 것입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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