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아가씨’ 수지 와일스 인터뷰 파장 “트럼프,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식으로 행동 관세 두고 엄청난 의견 불일치 있었지만 강행 밴스 10년간 음모론자…머스크는 케타민 복용” 트럼프 “술 마셨다면 중독자 됐을 것” 옹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AP=뉴시스
● “밴스 부통령은 음모론자” “머스크는 아주 별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문고리 권력을 휘두르며 실세 중 실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일스 비서실장의 인터뷰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대중문화 월간지인 배니티 페어(Vanity Fair)를 통해 공개됐다. 작가 크리스 휘플이 진행한 이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취임식 직전부터 최근까지 약 11개월에 걸쳐 틈틈이 이뤄진 것이다. 휘플 작가는 “와일스와 일요일 교회 예배 후 종종 통화했고 한 번은 워싱턴의 주택에서 세탁을 하며 통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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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 발언도 쏟아냈다. 먼저 JD 밴스 부통령에 대해선 “10년간 음모론자였다”고 지적했다. 또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비판자에서 적극적 추종자로 돌아선 것 관련해 “상원의원 출마를 위한 일종의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해서는 “그는 (마약류의 일종인) 케타민 복용을 공공연히 인정했고, 낮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침낭을 깔고 잤다”며 “정말 별난 사람이다. 천재들이 그렇듯 아주 아주 독특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 “상호 관세,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와일스 실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내려진 각종 결정의 배경에 대해서도 풀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것 관련해 “관세가 좋은 정책인지에 대한 엄청난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와일스 실장은 “우리는 트럼프에게 ‘오늘 관세에 관해 얘기하지 말자’, ‘완전한 의견일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자’고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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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3선(選) 도전에 대해서는 “100% (사람들을) 미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만큼, 지지층 규합 등을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설명이다. 불법 이민자 추방 문제 관련해서는 “절차에 대해 더 검토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의문이 있다면 재검증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 ‘얼음 아가씨’의 이례적 인터뷰
미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인 와일스는 냉철한 판단력을 자랑해 ‘얼음 아가씨(ice maiden)’라고도 불린다. 언론 인터뷰를 포함해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고, 막후에서 정책 조정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펜실베이니아주 연설에서 그를 ‘수지 트럼프’라 불렀을 정도로 압도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와일스 실장이 속내를 다 털어놓은 듯한 인터뷰를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극도로 경계심 없는’ 인터뷰로, CNN은 ‘이례적으로 솔직한’ 인터뷰로 각각 표현했다. 특히 최근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미국 플로리다주 최대 도시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고전하는 흐름 속에 인터뷰가 공개돼 정치적 파장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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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도 적극적으로 와일스 실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에 “와일스의 그 표현은 맞는 말”이라며 “소유욕이 강하고 충동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내가 만약 술을 마셨다면 알코올 중독자가 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도 이날 “나는 사실인 음모론만 믿는다”면서도 “나는 때때로 음모론자”라고 인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 이후 “트럼프에게 수지보다 더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보좌관은 없다”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