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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수입물가 19개월새 최대폭 상승… 쇠고기값 15% 뛰어

입력 | 2025-12-13 01:40:00

유가 떨어졌지만 환율 고공행진
수입물가지수 5개월 연속 상승
원재료-중간재 가격 큰폭으로 올라
“수입 의존 中企-소비자 부담 커져”



12일 서울 용산구 한 대형마트의 수입 소고기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고환율 여파로 소고기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5% 올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지선 씨(46)는 수입 육류 매대의 포장된 고기들을 살펴보다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집어 들었다. 두 아들을 키우는 한 씨는 “몇 달 새 소고기값이 많이 올랐다”며 “미국산 소고기 싸다는 것도 옛말”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 서초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용재 씨(37)는 한 달 전부터 출퇴근 수단을 자차 운전에서 도보로 바꿨다. 이 씨는 “요즘 휘발유값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기도 해서 한동안은 운동 삼아 걸어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기는 고환율이 계속된 탓에 수입물가가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농림수산품 등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며 가계의 장바구니 물가와 중소기업의 수입 원자재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 한 달 새 4.5%, 1년 새 15.4% 급등한 소고기

12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수입물가지수가 141.82로 10월(138.19)보다 2.6% 올랐다고 밝혔다.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100)이 기준이다. 수입물가지수는 올 7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상승률은 지난해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입 원재료(2.4%)와 중간재(3.3%)의 물가 상승 폭이 자본재(1.5%)와 소비재(1.8%)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원재료 중에선 농림수산품의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3.4% 올랐고, 중간재에선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가 8.0%나 올랐다. 소고기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5%나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4%나 올랐다.

중간재 가격도 크게 뛰었다. 나프타(2.1%), 제트유(8.5%) 등 석탄 및 석유제품, 수산화리튬(10%) 등 화학제품, 동정련품(3.5%)이나 알루미늄정련품(5.1%) 등 1차금속제품 가격 등이 고르게 상승했다. 특히 1차금속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도 큰 폭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환율 상승의 영향은 수출물가도 상승시켰다. 지난달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3.7% 올랐는데 섬유 및 가죽제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공급 부족이 더해진 D램 가격은 전월 대비 11.6%, 전년 동월 대비 49.8% 급등했다.

● 국제유가 떨어지는데 고환율이 밀어올린 물가

수입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다. 지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57.77원으로 10월(1423.36원) 대비 2.4% 올랐다. 수입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두바이유)가 같은 기간 배럴당 65.00달러에서 64.47달러로 0.8%로 하락했지만 고환율의 영향이 더 컸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원화 기준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2.6%,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에 더해 유류세 인하의 단계적 축소가 겹치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에너지 가격 부담이 더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휘발유 인하율을 10%에서 7%,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인하율은 15%에서 10%로 낮췄다. 그 결과 국제유가가 하락하는데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으로 수급을 꼽았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55억 달러 규모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91억 달러 규모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며 외환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속도는 1주일 안팎으로 생각보다 빠르다”며 “소비자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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