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불법 금품수수 없다”면서도 해수부 장관 사의… 李, 당일에 수용 정동영 “윤영호 만났지만 금품 낭설” 대통령실 “수사대상땐 장관 못버텨”… 野 “전재수 사퇴 수용, 꼬리 자르기”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11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입장을 밝힌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전 장관은 이날 “불법적인 어떤 금품 수수도 단연코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부산시장 유력 주자로 거론되던 전 장관이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인천=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 대통령은 전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이날 새벽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장관직을 내려놓고 (의혹에)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면서 “허위사실 때문에 정부가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사의를 밝혔다. 다만 전 장관은 “불법적 금품 수수 얘기는 명백하게 아주 강하게 사실무근”이라며 “불법적인 어떤 금품 수수도 단연코 없었다”고 했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김건희 특검 조사에서 ‘2018∼2019년 전 장관에게 현금 3000만∼4000만 원이 든 쇼핑백과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등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장관은 전날 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사의를 미리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 장관은 본인의 의사가 강했다”며 “그간 전례를 봐도 수사 대상이 된 장관 중에 버틴 사람은 없었다. 사의를 표명한 사람은 빨리 그만두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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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통일교 게이트’로 규정하며 특검을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피하지 말고 특검을 수용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전 장관의 사의 수용을 두고는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민주당이 의혹을 털어내고 싶다면 특검을 받으라”고 했다.
한편 통일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 “(윤 전 본부장) 개인의 독단적 일탈이었지만 그러한 일탈을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하지 못한 것은 분명 조직의 관리 책임”이라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엄정 수사” 다음날 새벽 전재수 사의 표명… 李, 당일 바로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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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파문]
田 “장관 내려놓고 당당히 응할 것”… 李, 사의 10시간 만에 면직안 재가
대통령실 “통일교 의혹 정면 돌파… 연루된 인사 사의땐 반려 안할것”
野 “통일교 게이트 與향해 활짝 열려”
田 “장관 내려놓고 당당히 응할 것”… 李, 사의 10시간 만에 면직안 재가
대통령실 “통일교 의혹 정면 돌파… 연루된 인사 사의땐 반려 안할것”
野 “통일교 게이트 與향해 활짝 열려”
통일교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11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전 장관은 “장관직을 내려놓고 (의혹에)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장관직 사의를 밝혔다. 인천=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 ‘통일교 의혹’에 李 정부 첫 현직 장관 낙마
전 장관은 이날 유엔 해양총회 유치를 위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오전 6시 40분경 귀국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수부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이재명 정부에도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의 처신”이라고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전날 오후 이 대통령에게 사의 표명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약 4시간 30분 뒤인 오전 11시 8분경 입장문을 통해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오후 5시경 “이 대통령은 전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추가 입장문을 내놨다. 전 장관의 사의 표명 후 면직안 재가까지 10시간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올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조사 당시 자필 자술서를 통해 전 장관이 2018년 9월경 경기 가평에 있는 천정궁에 방문해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만나 인사하면서 현금 3000만∼4000만 원이 든 쇼핑백과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등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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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 “정면 돌파” vs 野 “꼬리 자르기”
대통령실은 여권 인사들의 통일교 연루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엄정히 수사한다고 밝히지 않았나”라며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사의를 표명하면 대통령이 반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통일교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고위직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전 장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등 소위 ‘성남-경기 라인’이 통일교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게 ‘강공 드라이브’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전 실장의 경우 이 대통령과 정치 인생을 함께한 사람인데 신뢰가 크지 않겠냐”며 “측근 그룹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머뭇거릴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지 않을 경우 정쟁이 커지고 정권 차원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며 “이를 막고자 신속한 수사를 주문한 것”이라고 했다.
금품 수수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한 전 장관이 사퇴한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통일교 게이트가 여권을 향해 활짝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전 장관 사의와 이 대통령의 수용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전 장관으로 모든 의혹을 덮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을 비롯해 민주당 일부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통일교 연루 의혹 특검’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도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서 빨리 결론을 낼 필요가 있다”며 “(특검을 두고) 당과 조율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