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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나를 지켜 줄 피가 없어.”
―이상일 ‘국보’
우리 것은 우리만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과거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처럼 글로벌한 시대에는 장담하기가 어려워진다. 가까이 있어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당연히 잘할 거라는 장담이 예술적 성취를 가리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는 바로 이 외부인과 내부인의 경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나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인 하나이 한지로 가문에 들어가 배우로 성장하는 기쿠오와, 그 가문의 후계자로 자라난 슌스케가 그 예인들이다. 둘도 없는 친구지만 이들은 예술 앞에선 경쟁자다. 하지만 출중한 재능을 갖고 있어도 가문의 후계자가 선대의 이름을 물려받는 가부키의 세계에서 기쿠오는 한계를 느낀다. 핏줄로 이어진 내부인들의 공고한 장벽 앞에서 그는 절규한다. “내겐 나를 지켜 줄 피가 없어. 할 수만 있다면, 네 피를 컵에 담아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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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