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번째 대회서 첫승 후 시즌 3승 거둬 제네시스 대상-상금왕 등 5관왕 휩쓸어 퀄리파잉 스쿨 5위 안에 들면 PGA 진출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다승(3승)을 거두며 상금, 평균타수, 톱10피니시 등에서 1위에 오른 옥태훈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옥태훈은 KPGA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 참가권을 얻었다. 옥태훈은 12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Q스쿨 최종전에서 내년 시즌 PGA투어 시드 획득에 도전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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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태훈(27)은 지난해까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그저 그런 선수였다.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1승’을 목표로 잡았지만 우승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3라운드까지 선전하며 우승을 눈앞에 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일만 되면 그의 이름은 리더보드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도깨비 골퍼’다.
그랬던 옥태훈이 올해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6월 열린 KPGA 선수권대회가 반전의 시작이었다. 마지막에 미끄러지곤 하던 옥태훈은 이 대회에서는 최종일에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묶어 9언더파를 몰아 치며 역전 우승했다. KPGA투어 125번째 출전 대회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한번 우승하자 봇물 터지듯 우승이 밀려들었다. 한 주 뒤 열린 군산CC오픈에서 19언더파로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10월 경북오픈까지 3승을 거뒀다. 옥태훈은 올 시즌 KPGA 제네시스 대상을 비롯해 상금왕, 덕춘상(최저타수상), 톱10피니시상, 기량발전상까지 5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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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스타가 아니라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여러 차례 밝혔던 옥태훈은 시상식 후 본보와 만나 “팬분들께 ‘옥 프로는 정말 밝고 재밌게 골프를 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물론 우승하는 게 모든 운동선수의 꿈이고 명예다. 하지만 꾸준히 잘하면서도 밝고 재미있는 선수가 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롤모델로 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를 꼽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리트우드는 8월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감격적인 첫 승을 따냈다. 164번째 PGA투어 대회 출전 만의 우승이었다.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어 ‘무관의 제왕’이라 불릴 때도 플리트우드는 미소를 잃지 않는 품성으로 동료 선수들과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골퍼다.
제네시스 대상을 받은 옥태훈은 보너스 상금 2억 원과 제네시스 GV70 차량, 2026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 DP월드투어 1년 시드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받았다. 무엇보다 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 참가 자격도 얻었다. Q스쿨 최종전에서 5위 안에 들면 내년 시즌 꿈의 무대인 PGA투어에서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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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