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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집중력으로 재즈의 결 온전히 살린 임윤찬의 라벨

입력 | 2025-12-05 18:27:41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伊 산타 체칠리아 협연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임윤찬, 국내외 첫 연주
임윤찬, 관객 폭발적 환호에 앙코르 두 곡 선보여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다니엘 하딩 &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공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오케스트라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연주했다. 빈체로 제공


임윤찬(21)은 장발을 쓸어 넘기지도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 중앙을 향해 곧게 걸어 들어왔다. 그대로 피아노 앞에 앉아 첫음을 준비했다. 특별한 제스처보다 연주 자체로 흐름을 열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임윤찬은 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다니엘 하딩 &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로 협연했다. 그가 이 곡을 국내외 무대에서 연주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자,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내한 무대에서 선택된 단독 협연곡이다.

라벨의 두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말년의 작품인 이 곡은 재즈적 리듬과 명료한 질감이 특징이다. 지휘자 하딩은 유연한 호흡을 유지했고, 오케스트라는 재즈풍의 리듬감을 따라가며 첫 악장의 활달함을 이끌었다.

첫 악장은 오락적 요소가 짙었다. 임윤찬은 팔과 상체를 크게 움직이며 라벨 특유의 경쾌한 리듬을 환기시켰다. 또렷한 음들이 튀어올랐고, 관악과 현악이 이를 견고하게 받쳐줬다. 피아노의 타건 하나마다 오케스트라가 리듬으로 응답하면서 객석의 시선과 귀를 자연스럽게 끌어당겼다.

2악장에선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됐다. 전 악장에서 기교가 눈길을 끌었다면 이번 악장은 서정성의 무게를 피아노 독주에 온전히 실었다. 임윤찬은 몸을 건반 가까이 기울이며 한 음 한음 세밀하게 짚었다. 고요함 속 피아노의 집중력이 한층 부각됐는데, 피아노 음이 만들어내는 서정적 잔향이 공연장을 휘감았다.


몰입을 깨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객석 어딘가 관객의 휴대폰 음으로 보이는 소음이 터져나왔다. 임윤찬과 악단 모두 객석을 향해 시선을 돌릴 만큼 집중을 흐트러뜨린 상황이었지만, 연주는 이어졌다. 임윤찬은 템포와 강약을 놓치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으며, 집중하는 그의 태도는 오히려 작품 몰입도를 부각시키는 지점이 됐다.

3악장은 다시 첫악장의 속도감으로 회귀했다. 피아노 속주에 관현악의 선율과 타악과 심벌의 강렬한 리듬이 겹겹이 쌓이며 축제의 장에 온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타악장보다 비교적 짧은 3악장이지만, 들썩거림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작품은 정점을 향해 내달렸다.

임윤찬이 마지막 음과 함께 두 손을 높이 들어올리면서 연주는 끝났고, 관객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앙코르는 두 곡이었다. 첫 곡은 그가 직접 편곡한 ‘고엽’. 중저음의 피아노 선율은 박수소리로 가득했던 공연장의 열기를 잠재웠고 오롯이 피아노 음들이 울려 퍼졌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더욱 힘찬 환호를 보냈고, 임윤찬은 이례적으로 앙코르 한 곡을 더 선사했다.

두 번째 앙코르곡은 코른골트의 ‘아름다운 밤’이었다. 서울에 첫눈이 오던 날, 공연장 밖은 교통대란이 펼쳐졌지만 임윤찬이 건넨 앙코르 곡으로 공연장에선 ‘아름다운 밤’을 만끽했다.

산타 체칠리아 연주 역시 존재감을 뽐냈다. 1부 시작은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로, 오페라의 응축된 드라마를 선보였다. 2부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하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1시간가량의 대작(大作)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공연을 연착륙시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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