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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위성 수만 개… ‘교통정리’ 안되는 우주

입력 | 2025-12-06 01:40:00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최은정 지음/312쪽·2만1000원·갈매나무




현대 로켓과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소련 항공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1857∼1935)는 적도 위에 높은 탑을 세워 우주로 나아가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상상한 것이다. 높이 3만5786km 지점에 위성을 띄워 케이블을 내리면 엘리베이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 높이에선 인공위성의 공전 속도와 지구의 자전 속도가 같기 때문이다. 이 ‘정지궤도’의 위성은 특정 경도 상공에 머무르면서 대륙 규모의 커버리지를 갖는다. 주파수 등의 간섭 없이 정지궤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위성의 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오늘날 각 나라와 기업들이 정지궤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고도 500∼2000km의 저궤도도 문제다. 저궤도는 통신이나 관측, 과학 실험이 주로 이뤄지는 영역인데, 위성이 많아도 너무 많다. 스타링크는 위성 4만2000기, 윈웹은 6000여 기,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와 중국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 첸판은 1만5000기의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다간 충돌로 발생한 우주 쓰레기가 다시 충돌 가능성을 높이며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화하지 말란 법이 없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인 저자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우주 개발 경쟁의 실태를 조명한 책이다. 우주의 교묘한 무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우주전의 연관성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능동적 제거 기술은 우주 안보 측면에서 국방 기술의 하나로 접근되고 있다. … 타국의 인공위성을 고의적으로 제거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책임과 의도를 드러내줄 제도의 마련이 필요해진다.”(6장에서)

최근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우주 산업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저자는 “우주 기술의 독점과 종속은 지금의 불균형 문제를 넘어 미래세대의 주권적 선택지를 제한하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우주 개발의 기술 주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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