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다산/정성희 지음/252쪽·1만8500원·사우
1802년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지은 ‘벽력행’의 한 구절이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탁월한 학문과 문장력으로 관직에 진출한 다산은 초계문신과 한림학사를 모두 거머쥐는 등 정조의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하지만 1800년 정조가 승하(昇遐)한 뒤 정치적 기반을 잃었고, 천주교 탄압 사건인 신유박해에 연루됐다는 이유와 정적들의 견제가 겹쳐 마흔이 되던 무렵 강진으로 유배된다.
정조의 개혁 정치 선봉에서 거침없이 활약했던 그로서는 하루아침에 죄인 신세가 된 처참한 추락이었다. 그 역시 울분, 고통, 슬픔의 시편을 썼다. 하지만 ‘벽력행’을 쓴 이후 다산은 절망과 상실보다는 넉넉한 품과 단단한 성찰로 사유를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책상 앞에서 글만 읽는 유학자가 아니라, 들판과 장터를 거닐고 백성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실천적 지식인이 됐다.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에 이르는 위대한 저술의 밑그림이 모두 이곳에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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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