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핵심 시설 수요 느는데… 교통수요 많지 않아도 “길 넓혀라” 공장도 회사도 아닌 특수성 외면… 주민 반대 내세워 아예 손놓기도 건축 규제-심의 기준 등 정비 시급
경기 용인시 기흥구 데이터센터 예상 투시도. GS건설 제공
지자체가 이처럼 갑자기 계획을 바꾸라고 요구한 데는 관련 기준이 미비하다는 배경이 있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법상 방송국 등과 같은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된다. 출퇴근 인원이 통상 30∼90명 수준으로 적은데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별도의 교통수요 기준이 없다 보니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주변 도로 확장이나 주차장 면적 확보 등의 요구를 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가장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에도 주변 정체가 생기면 안 된다고 지자체에서 얘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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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중요한 시설인데도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을 키우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도시에 필수적인 시설로 보고 관련 건축규제나 심의 기준 등을 정비하는 한편으로 지방에 분산시킬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 ‘방송시설’ 분류… 근무자 적어도 “주차장 넓혀라”
[데이터센터 인허가만 1년반]
AI 데이터센터 ‘낡은 규제’
외부에 창문 만들 필요 없는데… 경관 규제에 ‘유리 이중벽’ 설치
지자체별 설치 허용지역도 제각각… “정부 통일된 지침 필요” 지적 나와
AI 데이터센터 ‘낡은 규제’
외부에 창문 만들 필요 없는데… 경관 규제에 ‘유리 이중벽’ 설치
지자체별 설치 허용지역도 제각각… “정부 통일된 지침 필요” 지적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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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트롤타워 부재에 지자체 ‘중구난방’ 규제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역 민원이나 여론에 휩쓸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건축물을 규정할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자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기업 전산 인력도 함께 입주해 오피스와 성격이 비슷하다. 임대용 데이터센터는 필수 관리·경비 인력만 입주해 무인 공장에 가깝다. 회사와 공장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건축 기준은 이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면적 400㎡당 1대의 주차 면적을 확보하도록 한 규정이 대표적이다. 건축공간연구원(AURI) 이주경 부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는 상주 인원이 적고 이를 임차하는 외부 기업 인력도 크게 드나들지 않는데 교통영향평가 기준이 과도한 면이 있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는 특성상 외부에 창문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지자체의 경관 기준에 따라 외벽에 반드시 유리를 넣어야 해 유리벽으로 센터를 감싸는 이중벽을 만들어 심의를 통과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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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으로 몰리며 민원도 늘어
과도한 수도권 쏠림도 건설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1∼6월) 전국에서 준공된 데이터센터 6곳 중 5곳이 서울에 있다. 2028년까지 준공 예정인 20곳도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들어설 예정이다. 땅이 부족한 수도권에 지으려다 보니 그만큼 주민 반대도 많아지는 것이다. 서민준 KAIST AI대학원 교수는 “데이터센터가 이용처와 거리가 멀어지면 네트워크 지연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많은 수도권에 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명확한 근거 규정 없는 요구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대형 설계사 임원은 “착공 신고 직전에 지자체로부터 기부금 요청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설계사 임원은 “데이터센터 주차장을 지자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주거지역에 짓지 못하도록 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오히려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심의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시 등 지방에서는 오히려 지역 내 데이터센터가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만큼 지방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임종서 데이터정보센터장은 “데이터센터가 지방으로 간다면 전력망 안정, 지역 균형발전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