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저녁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 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28)는 남성들과 5대5로 펼친 풋살 경기에서 쏜살같이 상대 문전을 파고들며 골을 터뜨렸다. 빠른 스피드와 재치 있는 드리블, 감각적인 슈팅을 날리며 즐겁게 공을 찼다.
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가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에서 남성들과 플레이하며 슈팅을 날리고 있다. 어릴 때 주말 조기축구 나가는 아빠를 따라다니며 축구를 접한 그는 서울시립대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축구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드넓은 잔디 구장에서 공을 차며 놀아주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축구는 즐거운 놀이 그 자체였습니다. 축구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운동장에 골대가 없어 저에겐 충격이었죠. 어린 시절 운동을 즐기던 기억 때문에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제가 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가 된 것입니다. 꿈만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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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시립대 여자축구부 창단 당시 모습. 권진희 대리 제공
“2017년 한 포털에서 우리 팀을 주제로 ‘꽃길싸커20’이라는 프로그램을 찍었죠. 여자 생활체육 인식 제고와 여자 프로축구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웹예능이었어요. 2000년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출신 양현정 감독이 꼴찌팀을 맡아 조금씩 성장하는 스토리였어요. 당시 누적 조회수가 15만을 넘겼죠. 그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 팀이 알려져 응원받게 됐죠. 계속되는 패배와 부상 등 좌절 속에서도 공에 집중하며 축구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권진희 대리가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에서 활짝 웃으며 드리블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런 손길에 힘입어 WFC-BETA도 크게 성장했다. 촬영 기간 중 참가한 아마추어 여자축구동아리 서울권 대회에서 승부차기 끝에 조별리그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2017년 11월 4∼5일 열린 인천대총장배 아마추어축구 클럽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권 대리는 유아 체육에 관심이 있어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는 축구 유소년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서 일하다 KADA에 둥지를 튼 그는 “현재 스포츠 행정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으면 어린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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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희 대리가 딴 유소년스포츠지도사 자격증(왼쪽)과 검도 2단증. 권진희 대리 제공
권 대리의 주 포지션이 최전방 공격수다. “수비수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골을 터뜨릴 때의 짜릿함은 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 했다. 축구하며 많이 다치기도 했다. 2018년 서울권 대학 축구 클럽대회 준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의 거센 몸싸움에 밀려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다. 2022년 남자들과 함께 뛴 풋살 경기 땐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벌써 수술대에 2번이나 올랐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오른쪽 정강이뼈 골절로 수술까지 한 권진희 대리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한국-멕시코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서울 광화문 거리 응원에 나서고 있다. 권진희 대리 제공
클럽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때때로 그의 축구 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선수와 구장을 연결해 주는 ‘플랩풋볼’을 통해 틈날 때마다 참여 쿼터가 남아있는 곳을 찾아 경기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플랩풋볼로 연결돼 경기에 나갔다. 그날 내 플레이가 좋았는지 같이 뛴 플레이어들이 본인들 팀에서 함께 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도핑방지위원회(WADA) 총회(12월 1~5일)를 준비하느라 잠시 참여를 미뤄놓았다.
권진희 대리가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에서 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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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대구 FC의 브라질 특급 세징야를 꼽았다. “손흥민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파 선수들도 좋아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에서는 대구 FC의 세징야를 가장 뛰어난 선수로 보고 있습니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중거리 슛, 크로스 등 전천후 능력을 과시하며 펼치는 날카로운 공격력이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국땅에서 10년 가까이 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점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일과 축구에서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권진희 대리(앞줄 가운데)가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에서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혼성팀 풋살 경기를 마친 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