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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데이터센터 인허가에 1년 반… AI 고속도로 열리겠나

입력 | 2025-12-04 23:27:00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지방자치단체의 몽니와 낡은 규제 등에 발목이 잡혀 건립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자체 인허가를 받는 데만 1년 반 이상이 걸릴 정도다. 이 대통령이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라고 했지만, AI 경쟁력을 좌우할 데이터센터 건설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7월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재심의를 기다리는 처지다.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협의체 등을 꾸리느라 1년 5개월 넘게 인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첨단 데이터센터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기존 건축법과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국토계획법 등의 각종 규정을 따라야 하다 보니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수도권의 한 데이터센터는 주차장 부지 확보 문제로 인허가에 제동이 걸렸다. 데이터센터는 상주 인력이 적고 방문객이 없는데도 시설면적 400㎡당 주차장 1대 설치를 의무화한 주차장법을 따라야 하는 탓이다.

인허가 이후에도 전자파와 정전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진통을 겪는 데이터센터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에서 건설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 33곳 중 절반 이상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들은 반대 주민들에게 편승해 사업에 제동을 거는 실정이다. 주민을 설득하겠다며 착공 과정에서 지자체가 기부금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현재 165곳으로 미국(5427개)은 물론이고 독일(529개), 중국(449개), 일본(222개)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AI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각축전에서 낙오될 판이다. 이 대통령이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미래를 열겠다”고 한 만큼, 정부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걷어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합리적 인센티브를 마련해 지역사회 갈등을 중재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할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시간을 허비할수록 AI 3대 강국은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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