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의회 폭거에 맞선 것” 당내 “또 다른 계몽령, 몹시 실망”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심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 뉴스1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장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담화문 등에서 “비상계엄은 입법 폭거에 맞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 몹시 실망스럽다”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엄의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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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사과 대신 “의회 폭거 맞선 것”… 당내 “尹계엄날 떠올라”
[비상계엄 1년] 張, ‘민주당 탓 계엄’ 尹논리 반복해
‘당분열’ 방점… 한동훈에 책임 전가
소장그룹 “일말의 기대마저 꺾였다”
지방선거 앞 단체장들 반발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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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 尹 논리 반복한 張
윤석열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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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혁신의 형식화를 거부한다”며 당 안팎의 혁신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대신 “(이재명 정권은) 더 강력한 독재를 위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반헌법적 악법들을 강행할 것”이라며 “이재명 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도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을 짓밟는 정권에 ‘레드카드’를 함께 꺼내 달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장외집회에서 “이재명 정권을 향해 국민의 레드카드를 들어달라”며 ‘레드 스피커’를 자처한 장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 당내 “尹 계엄날 떠올리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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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날 이성권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도부와 별개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등의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지층 결집에 초점을 맞추는 당 지도부와 외연 확장을 주장하는 소장그룹 및 현역 광역단체장들의 요구가 부딪치며 당내 노선 투쟁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도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를 피부로 느끼는 광역단체장들이 이 같은 지도부 노선이 계속되면 공개 반발할 수 있다”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