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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전시… 충무로에 ‘공공 영화공간’ 탄생

입력 | 2025-12-04 03:00:00

‘서울영화센터’ 정식 개관
지하 3층~지상 10층 복합 플랫폼
3개 상영관… 고전-독립 영화 소개
교육 프로그램-창작 공간 지원도



개관일인 지난달 28일엔 센터 상영관에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 제공


1일 오후 서울 중구 초동 서울영화센터 1층. 독립·예술영화를 찾는 시민들로 상영관 앞이 붐볐다. 이곳에서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 등 오래된 한국 명화들이 다시 상영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등을 재구성해 서울의 옛 풍경을 담은 전시도 진행 중이었다. 전시를 둘러본 시민 박종우 씨는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영화 장면과 겹쳐 새롭게 보였다. 서울을 다시 보게 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 충무로에 영화 전용 공공 공간 개관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충무로에 공공 영화문화 공간인 ‘서울영화센터’를 개관했다.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 연면적 4806m² 규모로 조성된 센터는 166석, 78석, 68석의 상영관 3곳을 갖추고 있다. 전시실 교육실 공유오피스 옥상극장 영화카페 등 다양한 영화문화 시설이 한 공간에 들어선 복합 플랫폼이다.

상영 환경도 상영관별 특성에 맞춰 차별화했다. 1관에는 35mm 필름 영사기 두 대를 설치해 디지털로 복원되지 않은 고전 영화까지 상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관에는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컴포트석을, 3관에는 리클라이너석을 도입해 장시간 관람에도 편안한 환경을 조성했다.

층별 공간도 영화와 관련된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4층 전시실에서는 영화와 연계한 기획전, 사진·오브제 전시, 체험형 콘텐츠 등이 열려 관람객이 영화의 배경과 제작 과정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다. 7층 다목적실은 영화 제작 워크숍, 시민 강좌, 영화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8층에는 창작자를 위한 공유오피스와 회의실, 영상 작업 공간이 마련돼 독립영화 제작자의 작업 기반을 지원한다. 9층의 경우 영화 서적과 DVD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가 자리 잡았다. 개관 과정에서 시설의 성격을 두고 일부 영화계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서울시는 센터가 다양한 창작 활동을 아우르는 공공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전·독립영화 상시 상영

3일 찾은 서울 중구 초동 서울영화센터 전시관에서는 영화와 연계한 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다. 서울영화센터는 전시실 교육실 공유오피스 옥상극장 등이 갖춰진 복합 영화문화 공간이다. 서울시 제공

센터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상시적으로 상영한다. 대학영화제 출품작과 수십 년 전 개봉작, 해외 명작 등 관람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영화 ‘라라랜드’에 영감을 준 1960년대 프랑스 영화 ‘쉘부르의 우산’ 등도 상영 목록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운영 종료를 앞둔 충무로영상센터의 교육, 창작, 상영, 아카이브 기능을 서울영화센터로 통합 이전했다. 확충된 시설을 기반으로 독립·예술영화 시사회와 GV(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할 방침이다. 충무로영상센터가 보유하던 도서·영상자료도 모두 서울영화센터 9층 아카이브와 8층 영상감상실로 옮겨졌다. 특히 서울시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영화 교육 프로그램을 한 공간에 모아 시민들의 접근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시는 서울영화센터가 시민들의 일상 속에 영화 문화를 스며들게 하고, 장기적으로 한국 영화계의 창작 기반을 다시 강화하는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서울영화센터가 영화인에게는 교류·협업의 장이 되고, 시민에게는 영화를 자연스럽게 만나는 생활문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충무로가 다시 영화의 심장으로 뛰도록 영화계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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