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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 고공행진…회사채 발행 줄줄이 연기

입력 | 2025-12-03 15:07:00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일반 기업들의 추가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이자 비용 부담 때문에 일부 회사들은 회사채 발행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내년으로 발행 계획을 미루는 곳까지 나왔다.

3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5%포인트 오른 연 3.047%에 거래되고 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0.032%포인트, 0.007%포인트 상승해 연 3.243%, 연 2.877%에 거래 중이다. 10년 만기 금리는 연 3.371%로 0.025%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금리가 만기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국고채 금리는 이달 1일 연중 최고치를 찍었는데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 가는 모습이다.

치솟은 국고채 금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 금리를 정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이전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CC글라스 등이 본래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 일정을 연기했다. 이달 중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2400억 원대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SK텔레콤은 해당 계획을 내년 1분기(1~3월)로 미뤘다. KCC글라스도 이달 중 1500억 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다가 내년 1분기로 일정을 연기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를 축소한 기업들도 나왔다. 최근 HDC와 KT, SK온은 모두 기존 계획보다 500억~1000억 원가량 발행 규모를 줄여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국내 한 증권사 회사채 담당 임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를 넘었기에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인 대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도 3%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며 “내년에 정부의 각종 기금 조성을 위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공사채 발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회사채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가 치솟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중앙은행 영향이 크다. 국고채는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기점으로 크게 뛰었다. 당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50% 로 동결을 결정한 데다,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문구 수정을 놓고 ‘금리 인하 종결’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국채 시장을 자극했다. 금통위 회의 당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7월(3.00%)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 연 3%를 넘어선 3.013%에 거래를 마쳤다.

더군다나 최근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가 이번 달 중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한국, 일본 미국, 독일의 국채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높은 금리를 찾아 해외에 투자했던 일본인들의 자금이 해외 국채 시장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 탓이다. 지난해 7월에도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자 앤 케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하며 국내 채권 시장이 영향을 받은 바 있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채권시장의 비우호적 분위기 지속 가능성 높다”며 “현재 아시아 채권시장은 일본 채권금리의 상방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주요 기관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미국의 이달 금리 인하 가능성에만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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