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감정’은 ‘느낌’보다 훨씬 더 크며 일종의 체계로 작동합니다. 대표적인 감정들을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화, 미움, 두려움, 슬픔, 죄책감, 수치심, 질투심, 시기심, 혐오감, 사랑, 행복감 등입니다. 자극을 받으면 감정을 느끼고 표출하고 행동으로 옮기게도 됩니다. 감정의 종류는 자극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감정의 시작과 끝을 이해하기 위해 감정 표출을 미사일 작동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감정 상태는 자존감 상처, 좌절, 상실 등을 유발합니다. 감정 표출의 흐름과 방향은 개인 능력이, 감정을 유도, 감지, 제어하는 능력이 미사일의 날개처럼 조종합니다. 탄두는 감정의 폭발력을 상징합니다. 성격은, 미사일 몸체에 빗대어 설명하면 마음속 갈등과 외부 현실, 인간관계가 부과하는 압력과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개인의 총체적인 힘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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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기 전에 생각해야 합니다. 감정이 아닌 이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첫째, 지금 느끼는 감정 상태가 다양한 감정 중에 어느 것에 속하는지, 이름을 붙입니다. 막연한 느낌을 다루기보다는 내가 화가 난 것인지, 두려워하는 것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무엇이 왜 어떻게 해서 그런 것인지를 살핍니다. 시기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면 문제를 일으키지만 행복감이라고 해도 조심해서 드러내야 합니다. 상대방의 시기심을 쉽게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지금 꼭 내 감정을 표출할 필요와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셋째, 나타내야만 한다면 ‘미사일’ 발사 수준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슬쩍 보여 주기 정도로 그칠 것인지 살펴야 합니다. 넷째, 길게 보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하면 진정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이 억제 대상만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이 상황에서 느끼는 바를 활용해서 나를, 상대방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외면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해서 이해하고 그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살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런 상황에 빠지면 감정이 밀려오면서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눈앞에 높은 벽이 세워지고, 나올 수 없는 공간에 갇힌 기분이 듭니다. 숨이 막히기도 합니다. 내 삶의 주역이 아닌, 무력한 단역으로 밀려난 듯한 불안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칩니다. 나를 내가 탓하게 됩니다. 아니면 주변 사람들을 탓하고 공격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힘이 있으면 당연히 덜 어렵게 어려움에서 벗어납니다. 그렇게 되려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비탄에 잠길 일이 생겨도 해결 방법 찾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회오리에 휩싸여 벗어나지 못하면 상황은 점점 힘들어집니다. 화가 난다고 해서, 우울감에 빠졌다고 해서 감정에 따라 행동하면 후회할 결과가 더해져서 해결이 더 어려워집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벗어날 방법을 체계적으로 궁리하는 겁니다. “그럴 리가 없어!”라고 억지로 진실을 외면하면 회복할 기회는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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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으면 힘들어집니다. 자신이 똑바로 서서 움직일 자리를 제대로 찾아야 다음 단계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해서 눈을 가리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걸려서 스스로 넘어지고 다시 못 일어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