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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땅콩?…알고보니 치매 예방에 효과!

입력 | 2025-12-02 14:56:00

뇌 혈류 증가로 언어 정보 기억 능력 향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땅콩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만만하게 볼 주전부리가 아니다.

노년층이 소금을 첨가하지 않은 무염 땅콩을 껍질째 구워 규칙적으로 섭취하면 뇌 혈류가 증가하고 기억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

나이가 들수록 뇌혈관 기능도 점차 쇠퇴하여 혈류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뇌 혈류 감소는 인지 저하·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리적 지표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학교가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매일 무염 땅콩을 적당량 먹으면 뇌의 특정 부위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고, 특히 언어 정보 기억 능력이 향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콩은 식물학적으로 콩류에 속하지만, 영양 구성은 견과류와 비슷하다.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식이섬유와 함께 특히 L-아르기닌(L-arginine)이 풍부하다, L-아르기닌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물질일 일산화질소 합성의 전구체로 작용한다는 점이 연구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국제 학술지 임상 영양학(Clinical Nutrition)에 실린 논문의 교신 저자인 피터 J. 요리스 부교수(영양·운동과학)는 “전 세계적으로 치매는 사망 원인 7위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식단이 어떻게 건강한 노화를 돕는지에 관심이 많다”며 “땅콩은 접근성이 높고 영양이 풍부하지만,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다”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껍질째 구운 땅콩을 사용한 것은, 땅콩 껍질에 레스베라톨과 같은 폴리페놀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이 또한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작위·단일 맹검·대조 교차 시험에는 60~75세, 체질량지수(BMI) 20~35인 건강한 노인 31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쪽은 첫 16주 동안 껍질째 구운 무염 땅콩 60g(두 줌)를 매일 섭취하고, 다른 쪽은 먹지 않았다. 8주간의 휴지기 후 다시 16주 동안 역할을 바꿔 실험을 반복했다. 대조군은 땅콩은 물론 다른 견과류 섭취도 금지했다.

연구기간 동안 자기공명영상(MRI)을 사용해 참가자들의 뇌 혈류량을 측정하고, 케임브리지 신경심리검사 자동화 배터리(CANTAB)를 통해 기억력·작업기억·집행기능·반응시간 등 인지 기능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땅콩 섭취군은 전체 뇌 혈류량이 3.6% 증가했다. 부위별로는 회백질 혈류 4.5%, 전두엽 혈류 6.6%, 측두엽 혈류 4.9% 증가로 나타났다. 셋 모두 인지 기능과 밀접한 영역이다.

기억력도 개선됐다. 특히 단어 목록을 20분 후 다시 떠올려 맞추는 언어 기억력이 5.8% 향상되었다.

혈압에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수축기 혈압 5 mmHg 감소, 맥압 4 mmHg 감소 효과를 보였다. 고령층의 혈압 개선은 심혈관질환 및 인지 저하 예방에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중요한 점은, 이번 연구에 사용한 땅콩은 소금이 없고 껍질째 구운 형태라는 것이다. 껍질에는 항산화 물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이런 효과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요리스 부교수는 말했다.

땅콩 섭취기간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총 열량이 340 칼로리 증가했지만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음식 섭취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특정 성분(예: 아르기닌, 불포화지방산, 항산화물질 등) 중 무엇이 가장 크게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정확한 생물학적 기전 규명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여자 수가 적고, 건강한 노년층만 포함됐다는 점에서 결과의 일반화에는 제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clnu.2025.10.020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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