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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금융 너무 잔인” 발언 발맞춰…은행들 저신용자 대출금리 낮췄다

입력 | 2025-12-02 16:38:00

10월 우대금리 0.14~1.15%P 상향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저신용자 대출금리가 연 10%가 넘는 점에 대해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발언한 10월에 시중은행들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1%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포용 금융에 70조 원이 넘는 자금을 풀 예정이라 새해에는 저신용자 대출의 금리 하락 속도가 고신용자에 비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은행연합회의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공시에 따르면 10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저신용자에 대한 가감조정 금리(우대금리)가 전월 대비 0.14~1.15%포인트 상향됐다. 저신용자는 신용등급(KCB 기준) 600점 이하를 뜻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의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가감조정 금리가 전월 대비 1.15%포인트 높아졌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99%포인트, 우리은행은 0.14%포인트 올랐다. 반면 5대 은행의 고신용자(신용등급 951~1000점)의 우대금리는 같은 기간 0.01~0.28%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변화는 새 정부 들어 은행권이 하반기(7~12월)에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대출 상품에 대한 우대금리를 올린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9월 15일 새희망홀씨 상단 금리를 10.5%에서 9.5%로 인하했고, 같은 달 26일부터는 대고객 금리 자체를 1%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7월에는 1%포인트, 9월에는 1.8%포인트 내렸다. 하나은행도 9월 0.1%포인트 인하했다.

고신용자가 빚을 다 갚지 못해 은행에서 채무조정을 받아 상환 기간을 연장받은 영향도 있다. 이럴 때 해당 대출은 신규 취급액 및 저신용자로 분류돼 통계에 저신용자가 낮은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 새희망홀씨 우대금리를 0.3%포인트 더 제공했다. 성실 상환자에는 최대 3%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 혜택도 준다. 이에 따라 11월 통계치부터는 저신용자 대상 우대 금리 상향분이 더 커질 예정이다.

5대 금융지주는 5년간 508조 원을 생산적·포용 금융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중 67조~72조 원가량을 포용 금융에 할당했다. 이 재원을 저신용자 금리 인하에 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17조 원, 신한금융 12조∼17조 원, 하나금융 16조 원, 우리금융 7조 원, NH농협금융은 15조 원을 포용 금융에 투입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 우대가 시장 논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빚 잘 갚는 고신용자에게는 역차별이 되고, 장기적으로 은행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신용자들은 연체, 부도 위험이 커 가산금리가 높게 형성된다”며 “은행들이 금리를 합당하게 책정하지 못하면 손실을 보기 쉽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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