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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넘어 일본으로” 해외로 나가는 제주 돼지

입력 | 2025-12-02 10:24:00

10여 년 만에 싱가포르 문턱 넘어
1일 첫 수출만 2억8000만 원어치
2010년 이후 중단 日 문턱도 도전




1일 제주항에서 열린 제주산 한우·돼지고기의 첫 싱가포르 수출 선적식. 초도 물량은 4.5t(약 2억8000만 원)이다. 제주도 제공

1차 산업 비중이 1% 미만인 싱가포르는 농축산물 위생과 방역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제주도는 2014년부터 한우와 돼지고기 수출을 추진했지만, 돼지열병 등 질병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번번이 무산됐다. 싱가포르는 제주 축산물 수입의 선행 조건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청정지역 인증을 요구해 왔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수출은 올해 5월 WOAH 총회에서 제주도가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를 얻으면서 물꼬가 트였다. 싱가포르식품청(SFA)도 8월 제주를 방문해 도축장과 가공공장을 실사한 뒤 6곳을 수출 작업장으로 승인했다. 이후 지난달 2일 이재명 대통령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수출 협상이 공식 타결됐다.

제주산 한우와 돼지고기는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시도한 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길에 올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일 제주항에서 제주산 한우‧돼지고기의 첫 싱가포르 수출을 기념하는 선적식을 개최했다. 수출 작업장은 제주축협(도축장), 서귀포시축협(가공장), 제주양돈농협(도축·가공장), 대한에프엔비(가공장), 몬트락(가공장) 등 6곳이며, 초도 수출 물량은 한우·돼지고기 4.5t(2억8000만 원) 규모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의 고소득 국가로, 축산물 공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육류 시장 규모도 연평균 5.5% 성장(2019년 31억 달러→2023년 39억 달러)하고 있어 이번 수출을 계기로 제주 축산물 생산·가공·유통 체계가 한층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는 2010년 이후 중단된 일본 수출 재개도 노리고 있다. 제주는 1999년 전국 최초로 가축전염병 청정지역 지위를 인정받아 일본 시장에 진출했지만, 2000년 전국적으로 돼지열병(CSF)과 구제역(FMD)이 발생하며 수출이 중단됐다. 2004년과 2009년에 일시적으로 제주산 수출이 재개됐지만 2010년 다시 중단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양돈 질병 방역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2029년까지 제주를 CSF 청정지역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는 국내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싱가포르로 한우와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지역이 됐다”며 “제주 축산물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판로 확대를 위해 현지 유통망 구축과 마케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송성옥 광주식약청장은 “수입 기준이 엄격한 싱가포르에 우리 축산물을 수출하는 것은 대한민국 축산물 안전관리 체계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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